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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폭탄, 철강업계 비상"...'철의 날'에 모인 생존 메시지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9 16:33

수정 2025.06.09 16:33

美 수출길 막히고 재고 누적 속 업계·정부 '공동 대응' 강조
수소환원제철 등 기술전환도 촉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9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철의날'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9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철의날'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철강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면서, 철강업계가 수출길 차단과 재고 누적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업계와 정부는 공동 대응과 기술경쟁력 강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뜻을 모았다.

9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을 비롯해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기업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수입관세 인상 조치를 전격 시행한 직후 열려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장 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통상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과잉,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철강업계는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업계 내부의 단합은 물론, 수요산업 및 정부와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 회장은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학·연·관의 파트너십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 저탄소 친환경 생산체제 구축을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철강산업 유공자 포상 외에도 △수출시장 다변화 △고부가 철강재 중심의 구조 개편 △원자재 수급 안정화 등의 장기 전략이 논의됐다.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과 관련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마무리 등 정부의 향후 지원 방향도 공유됐다.

정부 역시 통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 방침을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고부가 철강재 중심의 경쟁력 강화를 이뤄야 한다"며 "탄소 배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술과 설비의 수출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불공정 수입에 대응하기 위한 법령 보완도 추진 중이다. 품질 검사 증명서 기반의 수입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우회 덤핑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월 출범한 민관합동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업계 의견도 지속 수렴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브릿지 기술 지원과 저탄소 철강재 시장 창출, 수요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설계 등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정부·업계의 공조 움직임은 최근 대미 수출 부진과 철근 재고 누적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지난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고, 지난 5월에는 20.6% 급감했다. 여기에 관세율이 50%로 인상되면서 향후 수출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철근 재고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하나투자증권에 따르면, 6월 기준 제강사들의 철근 재고는 30만8000t으로, 전달 대비 4만8000t 증가했다.
지난 4월 현대제철 인천공장 셧다운의 기저효과에 더해 지난 5월 철근 판매량마저 감소하면서, 생산과 수요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재고 누적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철의 날은 1973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6월 9일을 기념해 정부와 업계가 지난 2000년부터 공동 지정한 연례 행사로, 올해로 26회째를 맞았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