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OLED 국제 표준 10년만 획득
이 기간 11건 등록, 中 무시할 수 없어
10년만 국제 표준 채택 비결은 '투자'
다음 단계 연구 활발하게 진행 중
韓, 상법개정안 등 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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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 국제 표준 채택 비결은 '투자'
다음 단계 연구 활발하게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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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C, 10년만 W-OLED 국제 표준 채택
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최근 중국이 제안한 W-OLED 관련 국제 표준을 채택했다. 2015년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10년 동안 IEC가 인정한 W-OLED 국제 표준이 단 11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해당 기간 채택된 중국의 국제 표준은 2개다. 한국(8건)보다는 적지만 미국(1건)보다 많다. 쉽게 말해 전 세계가 인정한 중국의 '표준화된' 대형 OLED 기술이 2가지로 늘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대형 OLED 산업에서 미칠 영향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표준이 전 세계적인 약속인 만큼, 한 번 지정되면 여기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아직 W-OLED 기술 및 점유율이 중국 대비 크게 앞서고 있지만, 생각보다 중국이 빠르게 따라오고 추격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 W-OLED 기술을 활용한 제품 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9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OLED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구 결과·데이터 제시 등 약 3~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중국이 이전부터 대형 OLED에 대한 준비를 치열하게 해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W-OLED 관련 표준 제안 건수를 크게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W-OLED 표준 관련 관심과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제안 건수가 다른 나라를 앞지르고 있다"며 "물론 제안된 아이디어들이 국제표준이 되는 비율은 크지 않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무섭게 따라오는 곳이 비단 대형 OLED뿐 아니다. 최근에는 D램 반도체 점유율에서도 한국 기업들을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D램 시장에서 한국, 대만 등을 제외한 '이외 국가'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4.6%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최근 5년 사이 이외 국가가 차지하는 D램 시장 점유율은 1%대 전후였다. 반도체 업계는 4.6%의 대부분이 중국 업체일 것으로 보고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하락세다. 이 기간 두 회사의 D램 점유율은 69.7%로 지난해 75% 대비 5%p 넘게 하락했다. 2021년 1·4분기 71%보다도 낮은 수치다.
'중앙·지방' 팔 걷었다...中, 투자 전략 보니
#1.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비전옥스는 지난해 9월 총 투자금 550억위안(약 10조원)에 이르는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 투자를 발표했다. 이후 중국 허페이시가 40%, 중국 은행펀드가 40%의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 단 2조원의 투자로 10조원 규모 공장을 짓는 셈이다.
#2. 또 다른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과거 6세대 OLED 제조 공장을 짓는데 들어간 금액은 전체 금액의 22%다. 나머지 34%는 정부가, 44%는 은행펀드가 지원했다. 해당 공장은 현재 기준 월 4만8000장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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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현재 디스플레이 육성을 위해 △인프라 구축 △설비 투자 △패널 생산 △판매 등 모든 단계에 걸쳐 전방위 지원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프라 구축에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함께 힘을 합친다. 중앙 정부는 투자 보조금과 기술 보조금을 지원하고 저금리 대출 지원 등을 하며 지방 정부에서는 토지, 건물, 용수 및 전기 등을 지원한다.
설비 투자에서는 중앙 정부가 제조장비를 대상으로 무관세 혜택을 제공한다. 패널 생산 단계에서는 중앙 정부가 법인세 인하, 여러 부가가치세 감면 등을 적용하며 지방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판매에서도 생산 초기 목표 수율 달성시 격려금 지원, 적자시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R&D 세액공제, 법인세 인하 등 간접 지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지금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건 직접 보조금"이라며 "여러 단계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는 중국과 사실상 경쟁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다음 단계 준비도 '착착', 韓 반도체도 '타깃'
중국은 더 나아가 OLED의 다음 단계로 꼽히는 마이크로 LED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이 OLED를 꽉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이크로 LED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또 다시 경쟁에 밀릴 수 있다"며 "LCD 때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도록, 기술 우위를 위한 다양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LED는 기존 제품과 구조는 비슷하지만 크기가 100㎛ 이하인 초소형 LED다.
중국이 디스플레이와 함께 노리는 업계는 반도체 분야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수립하고 있는 미래 비전 '중국제조 2035'에서 반도체 칩 제조 장비 등 첨단 기술 제품을 우선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기술력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2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은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진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힘을 얻고 달리는 사이 한국은 제자리에 정체돼 있다"며 "특히 현실화가 임박한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발빠른 대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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