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여익 유민주 기자 =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던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달라진 것으로,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이 본격 개시된 것이라는 관측이 9일 나온다.
통일부 "대북전단 살포는 긴장 조성 행위"…살포 중지 공개 요청
통일부는 이날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지난 2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날 밤 경기도 파주시에서 북측으로 전단을 비공개 살포했다. 이 단체는 지난 4월 27일 파주 임진각과 5월 8일 강원 철원군에서도 전단을 살포한 바 있다.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문재인 정부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 때는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 차원에서 막거나 중지를 요구한 적이 없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직후에야 전단 살포 단체들에 '활동 자제'를 촉구한 것이 전부다.
윤석열 정부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23년 남북 접경지역에서 전단을 살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을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이날 통일부는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여 재난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정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말해 적극적으로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의 행동에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전단 살포시 법적인 통제를 가하거나 통제가 가능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남북이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살포,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해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고 접경지 주민들의 고통을 덜 수 있게 하겠다"라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4일 새 정부 출범 일주일도 안 돼 구체적인 행동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민간단체 갈등 예상…"전단, 실질적 효과 없다" 지적도
다만, 단체들은 앞으로도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민간단체 간 갈등이 재현될 소지가 크다.
최성룡 납북자가족회 대표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권 교체와는 관계없이) 우리 단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법원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납북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자 중심의 민간단체나 북한인권 활동 단체들은 대북전단을 '북한 주민에 대한 외부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전단 살포로 인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상당수 접경지 주민들은 단체들의 행동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북한이 남측에서 살포된 전단이 담긴 풍선에 고사총 사격을 가하면서 민가에 총알이 떨어진 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야 하며, 법 해석도 적극적으로 해 위협 요인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23년 헌재의 결정은 남북관계발전법에 처벌 조항을 두어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형사처벌 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의미였지, 전단 살포를 방치하거나 독려하란 뜻은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를 낮추기 위해 대북전단 문제를 관리하고자 한다면 옥외광고물관리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항공안전법 등 여타 법도 고려한 적극행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전단을 표시하거나 게재할 경우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옥외광고물관리법과 대북전단의 운송 수단으로 사용되는 대형 풍선에 주입하는 수소가스를 '자격증 소지자'만 다룰 수 있도록 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을 적용해 물리적으로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북한 관련 민간단체들의 '요구 사항'을 잘 청취해 해결 방법을 같이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납북자 문제도 결국은 남북관계가 회복돼야 진척이 되는 거지 지금처럼 전단을 날리는 방식은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면서 "정부와 민간단체가 손을 잡고 납북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문제 해결을 북한 측에 공식 요구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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