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선수는 많습니다. 출전하는 선수는 제한되고요. 출전 기회가 중요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프로 축구나 야구 팀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도 알겠고요.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를 기회(機會)라고 합니다. 감독이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준다고 표현합니다. 선수로서는 기회를 받는 것이네요. 그러나 기회를 받는다고는 잘들 쓰지 않는 듯합니다.
한 선수가 말합니다. "나도 출전할 기회를 받고 싶어" 하고요. 어색합니다. "나도 출전할 기회를 얻고 싶어", "나도 출전할 기회를 잡고 싶어", "내게도 출전할 기회가 생겼으면 해" 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감독은 기회를 줍니다. 선수는 기회를 얻거나 잡지요. 기회 자체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생기기도 하고 안 생기기도 하며 사라지기도 하지요. 기회는 흔하지 않기에 오면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노리는 이가 많기도 많지요. 다음 기회를 보는 것도 지혜입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려니 하면서요. 운이 칠 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니까요.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를 뜻하는 동기(動機). 이 낱말도 어울리는 말들이 따로 있습니다. 범행 동기 / 탈출 동기 / 작품을 쓰게 된 동기 / 동기를 유발하다 / 그 사건은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됐다 / 자살한 동기가 밝혀졌다 / 결심을 굳히는 동기가 되었다 / 불순한 동기가 숨어 있다 하는 예문을 사전을 제시합니다. 동기 대신 계기나 의도를 써도 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가지 친 [동기 부여(動機附與)]입니다. 집단이나 개인 혹은 동물에게 어떤 특정한 자극을 주어 목표하는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사전이 전하는 동기 부여의 의미입니다. 이 뜻에 맞지 않게 낱말을 오남용하는 예를 봅니다.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① 나는 이번 이벤트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고 싶었다.
② 선수들이 스스로 동기 부여를 얻었으면 하고 바란다.
③ 그렇게 작은 포상금으로 동기 부여가 될지 의문이다.
①에서 [주고]의 목적어는 동기 부여입니다. 동기 부여를 준다는 표현은 이상합니다. '나는 이번 이벤트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으면 싶었다' 하고 바꿔 씁니다. ②는 어떤 일이 있는데, 선수들이 알아서 그 일에 자극받아 분발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쓴 것 같습니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기를 바란다' 하는 틀로 손보는 게 바람직합니다. ③은 '그렇게 작은 포상금'을 주어로 써야 성분을 온전히 갖춘 문장이 됩니다. '그렇게 작은 포상금이 동기 부여가 될지 의문이다' 하고요. 사전은 동기하고 부여를 띄어 쓰라고도 가르칩니다. 이 또한 이번 기회에 알아둡니다. 이 글이 동기 부여가 되기를 기대하고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2.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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