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모든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AI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는 한편, 미국은 화웨이를 겨냥한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에 치중된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금맥이 될 AI 반도체 생태계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일Pw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품은 반도체: K-반도체, AI에서 찾는 도약 기회'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국내 기업들이 확보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을 살펴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제공하기 위해 작성됐다.
먼저 보고서는 미중 기술경쟁이 격화되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는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잡고 있지만 메모리 시장의 3배 규모인 비(非)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해 가파른 성장세에 올라탄 AI 반도체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분야로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인 컴퓨트 익스프레스링크(Compute Express Link·CXL)를 비롯해 탈(脫) 엔비디아 움직임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소모가 낮고 효율적인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에서 CXL은 HBM에 이어 한국이 메모리 기술 패권을 잡을 수 있는 유망 분야로 제시됐다. CXL은 기능이 서로 다른 기종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기존 메모리의 한계를 보완할 반도체 인터페이스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들이 CXL 기반 D램 개발과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보고서는 TSMC가 시장점유율을 압도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기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자체 반도체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 업체에도 신규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AI 서비스가 엣지디바이스 수준으로 경량화되면 중장기적으로는 NPU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 신경망으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NPU는 GPU의 비효율적 연산 성능과 높은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NPU 분야에서 아직 독보적인 기술 선도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다수 기업이 기술 개발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공 파운드리 역할을 하는 '반도체 팀 코리아' 결성을 제안했다. TSMC가 신생기업일 당시 공공 파운드리 역할을 수행했던 점을 표방해 한국형 공공 파운드리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고 국내 팹리스의 사업화를 지원해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을 병행해 K-반도체의 락인(lock-in)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엔비디아는 자사 GPU에 특화된 프로그래밍 툴인 쿠다(CUDA)를 통해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한 바 있다. 보고서는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GPU 확보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자립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국 삼일PwC 기술·미디어·통신(TMT) 산업 리더(파트너)는 "지금껏 반도체 산업을 정보통신산업 및 제조업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이제는 자율주행차, 디지털 트윈 등 미래 유망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며 "AI 반도체 경쟁력이 곧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핵심 인프라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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