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과거 실패한 모델" 냉담
부산에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 잰걸음…여당 주도 법안 발의부산시 "과거 실패한 모델" 냉담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윤석열 정부에서 논란 끝에 결실을 보지 못한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의 대안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부산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부산 유세에서 "갈등만 키우고 진전 없이 반복된 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넘어 해양산업금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까지 실현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며 "해양수도 부산에 동남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46명은 대선 본투표 하루 전인 지난 2일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해 이 대통령의 공약을 뒷받침했다.
이 법안은 부산에 본사를 둔 동남권산업투자공사를 설립해 동남권 기업과 벤처기업,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투자와 자금 융자를 제공하도록 했다.
법안은 초기 자본금 3조원을 정부, 부산시, 울산시, 경상남도,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출자하도록 하고 정부가 운영 경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민병덕 의원실은 10일 "부울경 지역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추진 등을 위해 투자공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역 정가와 경제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지역 현안인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민주당의 부정적인 기류 등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현 여권에 대한 부산시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나온 카드여서 여권이 신속한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 추진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부산시는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물 건너가는 모양새가 달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부권 전체의 지역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산은 이전을 추진해왔는데 자칫 고래하고 참치를 바꾸는 수가 있어, 그렇게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투자공사 형태는 과거에도 국채를 쓰는 방식으로 실패한 모델이고, 대부분 현물 투자로 실질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계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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