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현금수거책으로 미필적 고의 있었다면 보이스피싱 공범"

뉴스1

입력 2025.06.10 12:01

수정 2025.06.10 12:01

대법원 전경 ⓒ 뉴스1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현금 수거책 활동을 하며 보이스 피싱 범행에 가담한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면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공범 관계에서 공모가 이뤄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 수거책의 공모 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면서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아르바이트 업무를 제안받았는데, 면접을 거치지 않는 등 절차가 이례적"이라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현금 수거 등 방식은 통상의 수금방식이 아니고, 피고인에게 거액의 현금 수거 업무를 맡기는 것은 보이스 피싱이 아니면 상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나이, 경력 등을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이러한 현금수거업무를 통하여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기죄 등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

A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담당하며 피해자들로부터 약 1억6900만 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현금 수거책은 보이스피싱 범행이 완성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이라며 "비교적 단순 가담자라고 하더라도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결과가 중대하고 그 경위에 다소간의 비난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사람에 대해 범의 내지 고의를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