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1분기 기업 대출이 약 17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등 시설자금을 위한 대출보다 부족한 기타 경영 자금을 메우는 운전자금 대출이 주로 늘어났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전 분기 말 대비 17조 3000억 원 증가한 1958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3.3조 원)보다 증가 규모가 14조 원가량 확대됐다.
기업들은 특히 운전자금 용도의 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들이 일시 상환했던 대출이 다시 취급되고 설 명절 자금 수요도 영향을 주면서 운전자금 대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시설자금 대출은 여전히 10조 원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매분기 10조 원대로 뛰었던 시설자금 대출이지만, 작년 4분기 탄핵 정국과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바 있다.
김 팀장은 "기업들의 시설 투자에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작용하고 있다"며 "서비스업이 비수기에 부족한 자금을 운전자금 대출로 충당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1.6조 → 8조 원) 대출이 반등하면서 1분기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말에는 제조업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탓에 화학·의료용 제품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감소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대출 증가세를 회복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업 내 운전자금(-2.1조 → 5.8조 원) 대출이 증가 전환했다.
제조업 시설자금(0.5조 → 2.2조 원) 대출은 분기별 4조 원대에 이른 작년 상반기 증가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비스업(3.9조 → 7.8조 원) 대출의 경우 연말 주춤했던 증가세가 2배로 커졌다. 부동산업 대출이 2조 5000억 원 축소됐지만, 도소매업에서 3조 9000억 원 확대되면서 전체 서비스업 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김 팀장은 "부동산업 대출은 지방의 상업용 부동산 부진,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 채권 매수 상각 등의 영향으로 감소 전환했다"고 부연했다.
건설업 대출은 건설 기성액 감소로 3000억 원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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