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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지킨 고릴라"…40년 전 기적의 이야기(영상)

뉴시스

입력 2025.06.11 00:00

수정 2025.06.11 00:00

당시 다섯 살 소년 레반 "그 사건이 내 인생 바꿨다"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1986년 여름, 고릴라 우리에 떨어진 뒤 한 고릴라의 따뜻한 보호 속에 기적적으로 구조돼 화제를 모았던 다섯 살 소년이 40년 만에 인터뷰를 통해 "그 사건이 내 인생을 바꿔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40년 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레반 메리트(44)의 근황과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전했다.

영국 웨스트서식스 호샴에 거주하는 레반 가족은 1986년 여름, 막내 동생 로이드의 생일을 맞아 동물원을 방문했다. 레반은 고릴라 우리를 더 잘 보기 위해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 벽에 기대던 중 균형을 잃고 순식간에 우리 안으로 떨어졌다. 시멘트 바닥에 착지한 그는 잠시 의식을 잃었고, 두개골과 팔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가 땅에 누워있을 때 2m에 달하는 거대한 우두머리 고릴라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주변의 모두가 긴장하는 순간, 고릴라는 놀랍게도 레반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른 고릴라들 사이에서 그를 보호했다.

이 사건은 대형 영장류가 인간과 어떻게 상호 작용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꿔 놓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수십 년 간 회자됐다.

당시 사육사와 구조대원들이 출동해 레반을 무사히 구출했고, 그는 즉시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두개골 금속판 삽입과 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뉴시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레반(Levan).(사진=데일리메일)
[뉴시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레반(Levan).(사진=데일리메일)
하지만 학교에 복귀한 후, 레반은 또 다른 시련에 직면했다. 동료 아이들로부터 ‘고릴라 보이’, ‘원숭이 인간’, ‘금속 뇌’라는 별명으로 무자비한 괴롭힘을 당했다.

그는 친구들의 괴롭힘 속에서도 동물, 특히 야생 동물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다. 레반은 "그 사건이 내 인생을 결정지었다"며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1992년에는 고릴라 잠보의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리본을 잘랐다. 또한 자신을 구해준 구급대원 브라이언 폭스에게 "고릴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위험한 짐승'에서 '온순한 거인'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자랑스럽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레반은 40주년을 맞아 "내년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고 싶다"며 그 날의 기적적인 순간을 자신의 세 아이와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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