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뉴스1) 김기현 기자
"무더운 여름 잘 견디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지난 10일 경기 안산소방서로 소방관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정성껏 담은 편지와 부채 25개가 소포로 배달됐다.
발신인은 허형래 씨(86). 자신을 예비역 육군 원사라고 밝힌 그는 편지를 통해 "붓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 써서 만든 부채"라고 설명했다.
허 씨는 특히 모든 부채에 붓으로 "소방관님. 오늘 힘들고, 레(내)일 고통스러우면, 모레에는 아름다운 영광을 거둘 수 있다"고 적어 보냈다.
안산소방은 현장대원 25명에게 부채를 1개씩 전달했다.
허 씨가 소방 당국에 물품을 기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28일엔 '손도끼'를 안산소방서에 기증한 바 있다.
허 씨가 중사 시절부터 사용한 손도끼는 그에게 분신 같은 존재로, 전역 후부터 소중히 간직해 왔다고 한다.
그는 1962년부터 1996년까지 35년간 육군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원사로 전역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씨는 손도끼를 기증하면서는 "'안산 상가 화재' 때 용맹스럽게 손도끼로 유리창을 깨고, 인명을 구조한 박홍규 소방관님의 행동이 아름답다"며 "손도끼가 필요할 때 꼭 사용해 달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화재는 작년 11월 17일 새벽 3시 38분께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6층짜리 상가에서 시작됐었다.
1층 음식점에서 피어난 연기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지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소방 당국이 도끼로 창문을 깨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구조 작업을 펼친 덕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허 씨가 기증한 손도끼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역사사료관에 전시물로 보존되고 있다.
박정훈 안산소방서장은 "따뜻한 응원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며 "앞으로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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