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6시, 앳된 얼굴의 손님이 인천 연수구의 한 사우나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부터 사우나를 찾은 사람은 배달기사 이 모 씨(24·남)다.
이 씨는 사우나에 들어왔지만, 씻을 생각은 없었다. 긴장된 표정으로 탈의실을 서성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그는 준비해 온 핀셋을 꺼내들었다.
이 씨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핀셋으로 탈의실 옷장의 잠금장치를 열기 시작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이날을 시작으로 약 4개월 동안 대담하게 범행을 이어가며 8회에 걸쳐 453만 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다.
그러나 이 씨의 절도 행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3월 14일 오전 3시, 이 씨는 서울 금천구의 한 사우나로 들어가 여느 때처럼 주변을 살피며 옷장을 열 채비를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 씨는 늘 사용하던 핀셋으로 잠금장치를 열고, 그 안에 있던 지갑에 손을 댔다.
그는 이날의 범행도 완벽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우나 직원 A 씨의 눈은 따돌리지 못했다.
이 씨를 수상히 여긴 직원 A 씨가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성은 판사는 지난달 9일 절도, 절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쓰인 핀셋은 몰수했다.
김 판사는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일부 피해품은 돌려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나머지 피해자들과는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