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소비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용자가 챗GPT에 질문을 던지면 미국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의 GPU들이 막대한 에너지를 쓰며 답을 생성한다.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달되는 AI 서비스 뒤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천문학적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는 한국이 미국, 중국에 이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로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형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에 따르면 AI 모델의 에너지 소비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2030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4.6%에서 9.1%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오픈AI, 메타, 구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2024년 말부터 2025년에 걸쳐 총 전력 용량 1000㎿ 이상의 'GW급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특히 메타는 루이지애나주에 2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미국과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도 '동수서산'(東數西算, 동쪽의 데이터를 서쪽에서 계산)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GW급 데이터센터는 한국이 미국, 중국에 이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인 셈이다.
켄텍 에너지정책연구소 부경호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3차 에너지혁명'의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1차 산업혁명이 석탄, 2차 산업혁명이 전기로 각각 산업화와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면 오늘날 AI·에너지 혁명은 서비스 이용자와 실제 에너지 소비 지점 간의 완전한 공간적 분리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부 교수는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 경험이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이끌었듯, 이제는 GW급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을 바탕으로 AI·에너지 혁명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며 "태양광 발전, 송·배전 인프라, 대규모 ESS가 통합된 GW급 데이터센터를 턴키 방식으로 세계시장에 공급해 '제2의 중동 신화'를 실현할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규모 확대와 함께 환경적 영향이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RE100과 CFE 24/7(무탄소전력공급) 준수는 필수가 됐다.
구글은 2030년까지 모든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365일 무탄소 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와 차세대 원자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 전력 계통 안정성을 저해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기준 전남지역에서는 태양광 19차례, 풍력 12차례에 걸쳐 출력제한이 발생하면서 신규 태양광 발전 허가 중단 조처가 내려졌다.
역설적으로 GW급 데이터센터는 전력망 안정화와 유연성 증진에 기여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AI 모델 훈련과 같이 연산 집약적이지만 수행 시점 조절이 가능한 작업을 재생에너지 공급이 풍부한 시간대로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경호 교수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통해 잉여 재생에너지를 저장·공급하고, 수요반응(DR) 프로그램 참여, 가상발전소(VPP)의 핵심 분산자원 역할,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연계 등을 통해 단순한 에너지 소비시설이 아닌 통합적 에너지 허브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에너지 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GW급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형 전문 인력 확보가 요구된다.
켄텍은 에너지 AI, 차세대 전력망,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환경·기후 기술, 차세대 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 전체를 하나의 학부로 통합 운영하며 융합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트레이닝 센터 운영과 플러스 DR형 센터 운영 실증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스탠포드센터와 업무협약을 통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관련 교육과정 운영, 전력망 최적화 기술개발,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 운영, 산학 공동연구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기여한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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