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 매출 200억 원대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스포츠유틸리티차 '카이엔'을 법인 명의로 구매했다. A 씨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원래 작년에 구매할 계획이었다"면서 "(연두색 번호판 시행) 초반에는 조금 눈치를 봤지만, 지금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최근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수입차 법인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까지 판매된 법인차만 4만 대를 넘어서며 올해 수입차 판매를 견인했다.
11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입차 브랜드의 법인 명의 판매량은 4만466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 3504대보다 20.8%(6962대) 늘었다. 법인 판매 비중도 지난해 33.4%에서 올해 36.7%로 3.3%포인트(p) 늘었다.
법인 판매가 증가하면서 전체 수입차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11만 341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산차 내수 판매가 1.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높은 증가율이다.
법인차 판매 비중은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더 높았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경우 올해 국내서 158대를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89.2%인 141대가 법인 명의로 팔렸다. 람보르기니(78.5%)와 마세라티(73.2%), 롤스로이스(70.9%) 등도 법인 판매 비중이 70%를 넘었다. 이 밖에 벤틀리(67.4%), 랜드로버(63%), 포르쉐(52.4%) 등도 절반 이상이 법인차로 판매됐다.
반면 포드(19.2%), 혼다(8.6%), 렉서스(27.2%), 푸조(19.2%), 테슬라(11.4%), 도요타(20.5%), 폭스바겐(16.3%), 볼보(26.2%) 등은 비교적 법인차 판매 비중이 작았다.
업계는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법인차 판매가 증가한 것은 고가 법인차 전용 번호판인 '연두색 번호판' 효과가 사라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법인차 구매 또는 운영을 통한 법인세 비용처리, 부가가치세 환급 등 절세 역시 여전히 법인차를 찾는 수요가 많은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8000만 원 이상 법인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하고 있다. 시행 초기 고금리·고물가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겹치며 수입차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두색 번호판 적용 1년이 지나면서 낙인 효과는 모습을 감췄고, 오히려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수입차 브랜드의 한 딜러사 관계자는 "시행 1년이 지나면서 고객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고가 차량의 경우 연두색 번호판은 오히려 '사장님'임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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