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트럼프 관세' 여파 美 車판매가 줄인상…연식변경 하반기 '분수령'

뉴스1

입력 2025.06.11 07:11

수정 2025.06.11 08:33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트럼프 관세'가 시행된 지 3개월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하나둘 현지 판매가격을 올리고 있다. 관세 시행 전 쌓았던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식 변경 모델이 출시되는 오는 하반기에는 가격 인상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11일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클라우드 시어리가 조사한 지난 5월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5만 157달러(약 6800만 원)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에는 4만 8544달러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불과 2개월 사이에 3.3% 상승한 것이다.

연초 하락했던 신차 평균 가격은 지난 3월부터 꾸준히 올랐다. 4월 3일 수입차 25% 추가 관세 시행 이후에는 5만 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3분기에는 2023년 7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5만 1824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신차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한 것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판매가격을 높인 결과다. 모든 차량을 전량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페라리는 4월부로 미국 판매가격을 최대 10% 인상했다. 독일 BMW는 지난 5월 멕시코에서 생산한 '2시리즈' 쿠페와 고성능 스포카 'M2' 모델의 미국 판매가격을 4% 올렸다.

미국 판매량 중 현지 생산 비중이 79%로 테슬라(100%) 다음으로 높은 포드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포드는 멕시코산 전기 SUV '머스탱 마크 E'와 픽업트럭 '매버릭', 오프로드 SUV '브롱코' 등의 미국 판매가격을 이달 인도분부터 최대 2000달러 인상한다고 딜러사에 통보했다.

가격 할인율 낮추고 무이자 상품 중단…월납금 5% 오르면 65% 구매 포기

가격을 동결한 업체들도 소비자들에게 주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관세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에서 딜러들이 제공한 할인은 신차 가격의 6.7%로 지난해 7월(8.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중단하거나, 신차 배송료를 고객이 부담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업계는 2026년형 모델이 출시되는 오는 7월 이후를 가격 인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모델을 명분으로 관세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우회할 수 있어서다.

스웨덴 볼보는 2026년형 모델의 미국 차량 판매 가격을 4% 올리기로 결정했다. BMW도 2026년형 모델 대부분을 1.9% 올린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3~5%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스바루는 차량 1대당 최소 1000달러에서 2000달러까지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사양 트림을 삭제하거나 기본으로 제공하던 안전·편의사양을 옵션으로 빼는 사례도 늘 전망이다. 보증 서비스 중단 계획도 나왔다. 현대자동차(005380)는 미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해 기본 제공했던 3년 무상 수리를 2026년형 모델부터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가격 인상률은 두 자릿수를 넘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에지는 신차 평균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상황에서 월 납부금이 5% 이상 상승하면 계약자의 65%가 구매를 포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이처럼 높은 가격 저항을 이유로 올해 미국 신차 판매량이 1560만 대에 그쳐 전년(1600만 대)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