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며 LPG 운반선 돛대에 올라 기습 고공 시위를 벌인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구창규 판사는 11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그린피스 활동가 5명에게 1심 선고기일을 열고 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 등 4명은 선박에 침입하고 선박을 운행하지 못하게 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 B 씨는 이들이 선체에 올라갈 수 있도록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각각 받았다.
2024년 11월 30일 오전 10시 42분쯤 충남 서산 석유화학단지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싣고 와 인천 옹진군 앞바다에서 운항 중이던 운반선에 기습 승선해 선체에 페인트로 글씨를 쓰고, 선수 12m가량 구조물에 올라 약 12시간 동안 고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국적은 각각 대만, 멕시코,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우'의 선장이자 활동가인 B 씨가 운전하는 배를 타고 운반선에 접근해 올라탈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이들을 설득해 같은 날 오후 10시 25분쯤 이들을 선수 구조물에서 내려오도록 한 후 곧바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들은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Strong Plastics Treaty)이라는 문구가 담긴 배너를 들고 같은 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INC·Intergovernmental Negotiation Committee)에 참가 중인 세계 대표들에게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해 왔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175여 개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친 규칙을 만드는 회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재판부가 판단한 사실에 따르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고공 시위를 한 바 범죄가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상당 기간 수사가 불가피했지만, 출국을 요구할 뿐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은 환경 보호 등 공익을 주장할 만한 것으로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 등을 대리한 조영관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리한 사정이 있어 수사기관에서 초기에 묵비권을 행사했다"며 "당시만 해도 수사, 체포 과정 (부당함을) 주장했고 무죄 주장을 해서 묵비권을 행사했는데 양형에 불리한 사정으로 참작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사건 시위가 당시 부산에서 열리던 INC 기간 중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알리고 협약을 진행 중인 국가 협상단에게 알리려는 목적임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해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단기 체류라 취업을 못 하고 오래 체류하며 고통을 받았는데,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형사재판 절차가 이런 것을 고려해 신속히 진행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INC 5.2가 올해 8월 스위스에서 진행된다"며 "각국 정부가 지역사회의 생물 다양성, 기후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국제협약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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