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4조 원 넘게 불어나면서 두 달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됐다. 올해 2~3월 수도권에서 이뤄진 주택 거래가 대출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고 지난달 주택 거래량도 늘어남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압력도 상당 수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5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4조 2000억 원 증가한 918조 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전월(3.7조 원)보다 확대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지난해 9월(6.1조 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컸고, 지난 3월(2.5조 원)부터 2개월 연속으로 확대됐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2~3월 주택 거래 증가가 5월 대출로 반영됐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이슈로 주택 거래가 많이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 규모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으로의 가계부채 증가 압력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박 차장은 "5월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확대되고, 거래량도 4월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흐름이 7~8월까지도 대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상당한 증가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과 새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등 거시 건전성 정책 영향은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5월 은행 전세자금 대출은 5000억 원 증가하며 전월(0.6조 원)보다 소폭 둔화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조 원 늘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전체 은행 가계대출은 5조 2000억 원 확대됐다. 전월(4.7조 원)보다 증가 규모가 커졌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박 차장은 "2단계 시행 이전에도 선수요가 있었고, 이번에도 일부 차주가 앞당겨 대출받으려는 흐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도권이 이미 스트레스 DSR 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이번 규제 강화가 차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5월 은행 기업대출은 8조 원 증가하며 전월(7.6조 원)보다 소폭 확대했다. 대기업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이어졌다.
박 차장은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유동성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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