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해외도주 102억 사기범, '공소시효 완성' 주장했으나…20년 만에 실형

뉴스1

입력 2025.06.11 14:55

수정 2025.06.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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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캐나다 밴쿠버 신축 아파트 사업에 사용하겠다며 102억원의 사기 행각을 벌인 시행사 대표가 국내로 송환돼 범행 20년 만에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1일 건설시행사 대표 정 모 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정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정 씨의 보석을 취소하고 다시 구속했다.

재판부는 정 씨가 2005년이나 2006년 무렵 이뤄진 일이라며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피해자가 정 씨를 출국 직후 고소한 사실, 정 씨가 캐나다 출국 이후 입국하지 않다가 범죄인도절차를 통해서야 강제 송환된 사실, 가족들은 캐나다 출국 이후에도 수시로 국내에 입국한 반면 정 씨는 입국하지 않은 사실, 특히 캐나다 출국 전 피해자에게 사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시인서를 교부한 사실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공소시효는 캐나다에 출국해 있는 기간동안에는 중단됐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배척했다.

또 정 씨가 사기와 편취의 고의, 기망 행위를 한 사실도 없었다고 한 주장에 대해선 당시 정 씨가 피해자에게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위험성이 제로에 가깝다'라고 말한 사실 등에 비춰볼 때 미필적으로나마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진행 사업이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단 사정을 알면서도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고 기망했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증거로 사용된 사기 범행 시인서와 관련해 정 씨가 협박을 받아 작성한 것이라고 한 주장에 대해선 협박받는 상황 직후라도 다툴 수 있었는데도 다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각 사기 범행으로 인한 산술적 피해액은 그 명목 금액만으로도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피해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피해자는 이로 인해 대부분의 재산을 상실하고 현재까지 심각한 고통을 입고 있으며 정 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씨는 15년가량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하다 범죄인 인도절차 통해 강제 송환됐다. 무엇보다 법원은 정 씨의 방어권을 보장했다고 생각하고 변론 종결 이후에도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는 여러 사정을 믿고 수차례 걸쳐 선고기일을 연기하기까지 했다"면서도 "피해회복이 이뤄진 사정을 찾아보기 힘들고 이미 1998년경 사기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일부 금액이 변제된 점, 피해자가 고수익 대가만을 보고 사업 경과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투자한 점 등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2005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신축 중인 아파트 사업에 사용한 뒤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고 피해자를 속여 102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정 씨는 2008년 다른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고, 해외 체류 중 피해자의 고소로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됐다.


법무부는 2012년 4월 캐나다 법무부에 정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으나, 정 씨는 강제 송환을 피하기 위해 소송과 난민 신청 등을 해 송환이 지체됐다.

2023년 9월 캐나다 대법원이 범죄인 인도 결정을 하면서 정 씨는 같은 해 10월19일 범행 18년 만에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검찰은 그 다음달인 11월 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구속기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