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뉴스1) 최재헌 기자 = 블록체인 기업 리플이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 등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에 속속 편입되는 가운데, 리플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싱가포르 레블스시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APEX 2025' 행사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리플의 퍼블릭 블록체인 'XRP레저(XRPL)'의 최대 커뮤니티 행사로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링하우스 CEO는 "인수합병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 양쪽 모두에서 활동 영역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플은 최근 프라임 브로커리지 기업 '히든로드'를 12억 5000만 달러(1조 7000억원)에 인수해 본격적인 M&A 행보에 나섰다. 갈링하우스 CEO는 "가상자산 기업이 프라임 브로커리지 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라며 "트레이딩과 금융을 아우르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도약할 전환점"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최근 리플이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을 인수한다는 일부 외신 보도가 있었으나, 서클 측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갈링하우스 CEO는 "리플도 이미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다"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조 단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M&A나 파트너십 기회를 계속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금융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리플은 현재 유럽의 HSBC와 BBVA, 싱가포르의 DBS 등 글로벌 금융사에 커스터디(가상자산 수탁) 기술을 제공 중이다. 미국 투자사 구겐하임 캐피탈과는 XRPL 기반의 '디지털 커머셜 페이퍼(DCP)' 발행을 위해 협업하고, 디지털 결제 기업 스트레이츠 엑스는 싱가포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XSGD)을 XRPL에 도입해 실시간 국경 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하고 금융기관이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다"며 "(전통 금융에서) 블록체인이 단순한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기관과 탈중앙화금융(디파이) 파트너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금융 시장에서 의미 있는 사례를 만들고 블록체인 기반 금융으로 영향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관을 대상으로 한 디파이 지원과 빠르고 효율적인 지급결제, 자산 거래 인프라로 (XRPL)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릭 반 밀텐버그 리플 전략 부사장은 "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규제 정비와 기관 참여로 블록체인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태지역에서 가상자산, 토큰화, 온체인 금융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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