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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무자본 갭투자' 84억대 가로챈 전세 사기범 징역 15년

뉴스1

입력 2025.06.11 15:14

수정 2025.06.11 15:19

부산지법 동부지원 입구 ⓒ News1 DB
부산지법 동부지원 입구 ⓒ News1 DB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부산 수영구와 금정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와 '동시 진행' 수법을 이용해 84억대 전세사기를 벌인 전세사기 일당의 주범에게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정왕현 부장판사)은 1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30대)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같이 기소된 임대인 B, C 씨에게는 각각 징역 9년이 선고됐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 이하인데,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의 경우 '경합법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자기자본 없이 대출금과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만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수영구, 금정구 소재 오피스텔 3채(103개 호실)를 구매해 피해자 80여 명에게 임대차 보증금 84억7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임대차보증금을 매매대금보다 높게 설정해 전소유자에게 건물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남은 임대차보증금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동시진행' 수법을 사용했다.

그의 지인인 B 씨와 C 씨는 건물 매수자이자 임대자로 범행에 참여했다.

이들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의 합계액보다 건물 매매가액이 적은 '깡통주택'이어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데도 보증보험에 가입하겠다고 속여 세입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금액은 A 씨가 설립한 건설회사의 오피스텔 신축사업에 사용되거나, 피고인들의 코인 투자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재판에서 B, C 씨는 범행을 인정한 반면 A 씨는 범행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는 계약금 같은 초기 자금을 제공하고 금융기관 대출을 조율했다"며 "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일관된 다른 피고들의 진술, 임대차보증금이 끝내 A 씨의 건설회사 오피스텔 신축사업으로 흘러간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의 처음부터 개입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피해자들은 힘겹게 모으거나 대출받은 돈을 그대로 잃어버릴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됐으나 아직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 범행의 해악은 심대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또 "A 씨의 경우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했으나 자신이 임대인이 아니라는 것에 숨어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공판 기일에서 반성한다 말은 했지만 진지한 반성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B, C 씨의 경우 A 씨의 제안에 응했을 뿐이고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부동산업의 전문성이나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이 사건 범행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을 것이며, 인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눈 감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 씨는 부산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며 이같은 수법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에서는 최근 다수의 전세사기 사건이 파생됐으며, 업체 대표도 전세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