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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터렐, 16년 만의 귀환…“빛은 제게 일용할 양식입니다”

뉴시스

입력 2025.06.11 15:23

수정 2025.06.11 15:23

페이스서울서 개인전…신작 ‘웨지워크' 공개 페이스갤러리 설립 65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작가가 11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6.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작가가 11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6.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저는 결국 한 사람의 예술가일 뿐입니다. 제가 하려는 일은 단 하나, 한 조각의 빛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빛의 조형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83)이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11일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빛의 사제’라는 별칭답게 철학적이고 구도자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60여 년간 탐구해온 빛 작업에 대해 “빛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질량과 파동성을 지닌 하나의 사물”이라며, “빛 그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빛은 일용할 양식이다”라는 표현처럼, 소리처럼 저장되거나 전송될 수 없는 빛의 물질성에 주목하며 “빛을 소중히 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서울은 오는 14일부터 9월 27일까지 전관을 활용한 제임스 터렐 개인전 'The Return'을 개최한다. 2008년 이후 16년 만의 서울 개인전이자, 페이스갤러리 설립 6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젝트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제임스 터렐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페이스갤러리 서울 제임스 터렐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는 신작 ‘웨지워크(Wedgework)’를 포함한 장소특정적 설치작 5점을 중심으로, 판화, 드로잉, 사진, 조각 등 총 25여 점을 소개한다. 특히 어둠 속 공간에 평면의 빛이 교차 투사되는 ‘웨지워크’는 빛이 공간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듯한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곡면 유리 설치작 ‘글라스워크(Glassworks)’ 시리즈, 천문학적 관찰에서 비롯된 사진 및 드로잉, 그리고 대표 장기 프로젝트 ‘로든 크레이터(Roden Crater)’와 관련한 작업들이 함께 전시된다. 그는 애리조나 사막의 분화구 내부를 천문 관측소이자 예술 공간으로 바꾸는 이 프로젝트를 50여 년간 이어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작가가 11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6.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작가가 11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6.11. pak7130@newsis.com

터렐은 전시장 내에서 혼란감이나 구토를 느끼는 관람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빛의 인식은 소리와 다릅니다. 우리는 색을 맥락 속에서 인지하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구성합니다. 어지러움이나 방향 감각 상실은 새로운 인식을 열어주는 자극일 수 있습니다.”

그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진 현대 사회를 언급하며, “지평선이 사라진 세상에서,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여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빛은 무언가를 비추는 동시에 가리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밝은 도시의 밤은 우리가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르게 만들죠.”

“빛은 영적인 재료이자 감각적 물질입니다. 음악처럼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는 그 빛을 ‘먹고’ 살아갑니다. 일반 조명이 아니라 모닥불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세타파의 빛이 중요합니다. 인간도 밤의 사슴처럼 빛에 감응하는 존재입니다.”

그는 빛을 묘사하는 회화의 전통을 넘어서 “빛 자체를 다루는 조형”을 예술의 방향으로 제시하며, “1967년 빛을 투사하는 작업을 시작해 이제야 원하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오래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는 담담히 답했다.

“예술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제 일을 할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대해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치켜세우며 “팝 음악부터 클래식, 피아니스트까지 문화의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아시아의 강력한 중심”이라 평가했다.


빛을 드러내는 작업, 빛 그 자체를 감각하게 하는 예술. 제임스 터렐의 ‘지각 예술’은 올여름, 서울에서 다시 은은한 발광을 시작한다.

'빛의 조형가' 제임스 터렐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빛의 조형가' 제임스 터렐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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