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검찰이 이른바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의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조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압박하기 위해 산하 기관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내용을 추가하겠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조 전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항소심 과정에서 신청한 공소장 변경 내용이 논의됐다.
검찰은 "정 모 국장은 (손 전 이사장에 대한) 사직 요구가 여의치 않자 피고인에게 이를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손 전 이사장을 압박할 수단도 보고했다"며 "이후 (조 전 장관이) 스스로 손 전 이사장에게 전화하겠다고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손 전 이사장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했을 뿐 사임을 요구하려던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손 전 이사장이 임기 중간에 사임하겠다고 했고, 그게 언제인지 알아야 피고인도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며 "'새 국회가 시작되니 그 이전에는 이사장님께서 결심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며 입장을 물어본 것이지 사임을 요구하거나, 사임 안 하면 어떻게 된다는 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과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환경부 장관 등이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무리하게 받아내려다가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저희가 본 바에 의하면 환경부 장관은 산하 기관장에 대한 임명뿐 아니라 면직에 대한 권리도 갖고 있다"며 "우리 사건에서 피고인은 임명권만 있지, 직접 해임권은 없기 때문에 차이가 있어서 그대로 참고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증인 신청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과 정 모 통일부 국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시 통일부 내에서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을 입증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조 전 장관 측은 항소심에서 추가 증인신문을 할 필요가 없다며 맞섰다. 이미 원심에서 충분히 다뤄졌을 뿐만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 공범으로 조사받았던 천 전 차관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정 모 국장에 대해서만 증인으로 채택하고, 다음 기일인 8월 20일에 예비적 공소사실을 중심으로 신문하기로 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7월 통일부 산하 기관인 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의 손 전 이사장을 상대로 주무 부서 국장과 통일부 차관을 통해 반복적으로 사직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조 전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손광주 전 이사장의 교체 방침을 요청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사표를 내라고 지시했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다"며 봤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2017~2018년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전 정부 부처별 산하 공공기관 인사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국민의힘이 2019년과 2022년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