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한양증권(001750) 주인이 70년 만에 바뀐다.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을 받으면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정례회의를 열고 KCGI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을 의결했다.
이로써 한양증권은 1956년 설립 이후 약 70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된다. KCGI가 한양증권 지분 29.59%(376만 6973주)를 주당 5만 8500원에 인수한다.
한양학원은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한양대학교병원도 의료 파업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으며 자금난에 시달리자 알짜 계열사인 한양증권 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
탈 많던 인수 과정…계약 체결 9개월 만에 당국 승인
당국 승인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9개월 만에 났다. KCGI는 지난해 9월 한양학원과 SPA를 체결하고 이어 올해 1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완료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KCGI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그 과정에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가 다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직을 맡기로 했다가 다시 한양증권으로 돌아오는 '헤프닝'도 있었다.
당시 임 대표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은 대주주가 바뀌면서 생길 조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입장이나 이해관계보다는 조직 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6월 중 잔금 납입…사명 변경은 '미정'
금융당국은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최근 심사를 재개했고 이날 결론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국세청 조사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KCGI가 주식매매계약 만료 시한(6월 말)을 지킬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KCGI는 이달 20일 전후로 한양학원 측에 잔금을 납입하고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KCGI는 사명 변경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KCGI 관계자는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미지(CI) 변경 작업은 회사의 철학이 담겨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철 KCGI운용 대표, 사내이사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가 한양증권 대표로 자리를 옮길 전망이다.
앞서 한양증권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를 한양증권 사내이사로 '조건부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완결되면 이사 선임의 효력이 발생하는 조건이다.
당시 정태두 KCGI 부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강승수 DS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와 황록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은 사외이사로 조건부 선임됐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의 거취가 주목된다. 임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최인아책방 북토크에서 최근 회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상황에 대해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기분"이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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