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 협상단장 “우크라, 협상 요구 안들으면 더 많은 영토 잃을 것”

뉴시스

입력 2025.06.11 17:06

수정 2025.06.11 17:06

러시아의 영혼·애국 교육·영토 확장 강조…우크라 침공 정당화 논리로 “메딘스키 단장은 푸틴 여러 역사 저작물의 대필 작가” 주장도 “러-우 전쟁은 형제간 싸움 같은 것” vs “확장주의적 야망 가리는 말”
[이스탄불=AP/뉴시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회담의 러시아 측 협상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보좌관이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6.11.
[이스탄불=AP/뉴시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회담의 러시아 측 협상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보좌관이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6.11.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의 2차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측 협상단장이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협상단장이자 대통령 보좌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 사항 목록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많은 영토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만든 역사 수정주의의 주요 설계자였다고 소개했다.

메딘스키는 전쟁이 3년여를 맞은 현재 그의 역사관은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통합하기 보다 러시아의 평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낫다고 설득하고 있다.

메딘스키는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장기전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18세기 러시아가 스웨덴과 벌인 21년간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WSJ은 러시아가 장기전에서 패배한 경우도 있다며 10년간 수렁에 빠졌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들었다.

메딘스키는 우크라이나가 5일 ‘거미집’ 드론작전으로 러시아 포격기를 최소 12대 파견한 사건이 회담에 먹구름을 드리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양측은 포로 교환에는 합의했지만 회담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대규모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메딘스키는 우크라이나가 타협하지 않으면 더 큰 영토 손실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자문을 맡고 있는 전 국방장관 안드리 자고로드뉴크는 “러시아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메딘스키가 우리에게 이를 증명해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메딘스키가 이스탄불 회담에서 과거 수 세기 동안의 갈등에 대한 모호한 해석을 일상적으로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에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메딘스키는 과거에 대한 해석을 통해 정계에서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WSJ는 소개했다.

2000년대에 그는 ‘러시아에 대한 신화’라는 제목의 인기 역사책 시리즈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 그는 러시아인의 술 취함과 잔인함에 대한 원초적인 상투적 표현을 공격하면서 ‘러시아인의 영혼’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러시아인이 본질적으로 권위주의적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푸틴 대통령의 문화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그는 러시아의 과거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메딘스키는 전국에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 건립도 주도했다.

그는 교과서 공동 집필에도 나서 크렘린이 ‘애국 교육’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는 러시아의 어두운 과거를 축소하고 ‘특수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정당화했다.

2022년 6월 그는 다른 역사책 시리즈에서 수 세기에 걸쳐 러시아의 급속한 영토 확장에 기여한 과거 정치인들을 언급했다.

푸틴의 측근 전문가이자 러시아 작가인 미하일 지가르는 메딘스키가 푸틴의 여러 역사 저작물의 대필 작가라고 주장했다.

그중에는 2021년 6월 우크라이나의 국가 지위를 부정하거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언급할 여러 주제를 다룬 에세이들도 포함된다.

메딘스키는 WSJ 인터뷰에서 서방의 오류는 우크라이나 내전을 영국과 프랑스, 즉 각자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두 나라 간의 갈등과 유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사실상 하나의 민족이며 긴밀한 동맹을 맺을 운명을 타고난 두 나라 간의 동족상잔의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마치 두 형제, 한 명은 나이가 많고 한 명은 어린, 누가 더 똑똑하고 더 중요한지를 두고 벌이는 갈등과 같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메딘스키처럼 우크라이나 국민을 같은 가족의 남동생으로 보는 시각은 러시아의 핵심적인 확장주의적 야망을 가리는 언어라고 반박한다.


메딘스키는 러시아와의 장기전은 결국 적들의 필연적인 패배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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