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구조적 전환기..신속한 대응과 전략적 투자 절실"
"한국 화주·선주·조선사·선급 등 클러스터 마련 시급".."한국 화주가 한국 선박 이용해야"
"한국 화주·선주·조선사·선급 등 클러스터 마련 시급".."한국 화주가 한국 선박 이용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년 글로벌 해운 시장이 미중 무역분쟁, 강력한 탈탄소 규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삼중 파고’를 맞으며 전례 없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노후 선대 교체라는 장기적 흐름에 올라타야 하는 것도 중대한 기로다.
전문가들은 실시간 정보에 기반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술 혁신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기업의 생존을 가를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15년 이상 노후선 평균 36%..신조선 투자 이뤄질 수 밖에 없어"
11일 서울시 종로구 소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국선급(KR) 창립 65주년 기념식에서 최재성 클락슨코리아 대표이사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 강화는 이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세 발표 이후 단기 운임이 1.8% 상승했다. 컨테이너와 자동차 운반선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클락슨에 따르면, 전체 해상무역의 1.5%가 관세에 직접 노출됐다. 글로벌 교역로 재편과 운임 변동성 확대를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해 사태로 인한 우회 항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최 대표는 “홍해 문제로 전체 선박의 10~15%가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운송 비용과 기간이 늘어나는 등 시장 전반의 비효율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노후 선박’ 문제에서 비롯된다.
최 대표는 “전 세계 선박의 15년 이상 노후선 비율이 평균 36%에 달한다. 자동차운반선(51%), 크루즈(44%), 탱커(42%)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10년간 대규모 선대 갱신(Fleet Renewal)이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높은 신조 선가와 불확실한 시장 상황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는 “신조선 가격이 시장 운임보다 높아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서 선사들이 투자를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올해 신조 발주량은 지난 4년간 보기 힘들었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에 지금의 위기는 피할 수 없는 구조적 전환의 일부라고 봤다.
최 대표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산업 트렌드상 신조선 투자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슬로우 다운’이 신중한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전체 신조선의 38%가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 적용 설계로 발주되고 있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탄소중립 해운' 정책, EU·미국의 강화된 배출권거래제(ETS)는 선박 개조(Retrofit)·스크러버 장착·연료 다변화에 대한 구조적 수요도 기대된다.
최준호 KR 상무는 "2024년 대비 전세계 발주량 대비 친환경 선박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조선소의 연간 인도량은 연 1500척에 그친다"며 "기존 전통연료를 사용하면 연료비 대비 규제비용은 31%에서 56%까지 급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은 “탈탄소 규제에 따른 온실가스 부과금 등은 이제 모든 선사의 현실적인 부담”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선사, 화주, 금융권 CEO들이 직접 정보를 교환하며 실시간으로 위기에 대응한다”면서 “국내 업계도 국제적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의 나침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한국 선대가 늘어나야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는데, 한국 화물을 한국 선박이 운송해야 한다. 포스코, 한국전력의 화물에서 한국 선박은 5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한국 해운사에 기회가 돌아가지 않고 있는 셈"이라며 "상생구조가 이재명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면 한국 선대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없다. 현재로서는 한국 조선소가 내는 로얄티가 1조원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최상용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 역시 “탈탄소화와 디지털 전환은 해양 강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최 국장은 “정부는 한국선급 등과 협력해 AI 기반 항로 개척, 첨단 디지털 플랫폼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며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을 촉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중소-대형 조선소, 클러스터 구축"..업계 "수주 늘어도 선종 쏠림이 어려워"
남창섭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기술과장은 "미국 자국 우선주의, 중동분쟁, 수에즈 운하 교통량 폭증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중소 조선소와 대형조선소 협력 관계 등 클러스터 구축이 좋은 방편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허주송 해양진흥공사 프로젝트금융부장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장이다. 최근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동력이 되고 있다"며 "규제가 발표된 만큼 각 선사들이 친환경 전환에 대해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김민강 HMM 상무는 "기존 선박을 바이오연료으로 하던지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 세이빙 디바이스에 기대하고 있다"며 "미주 포트폴리오가 큰 회사로서는 최근 중고 소형선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건조해서 USTR(미국 무역대표부)의 규제에 당장은 피해가고 있다. 큰 배는 중국에서 수리할 수 밖에 없는데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중국 건조 선박이 없기 때문에 중국의 앞으로 대응이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주항로에 1만3000TEU급을 투입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건조를 하지 않은 선박을 대체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관세 때문에 최근 컨테이너선 시황은 올라가고 있는데, 공급 과잉은 명확하다. 향후 관세가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시황 악화는 피할 수 밖에 없다"며 "벌크 등 시황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창경 HD현대중공업 상무는 "수주를 보면 성과가 좋다고 하겠지만 조선소 입장에서는 선종의 쏠림이 문제다. 생산설비, 기술지원에서 힘든 부분이 발생한다"며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고, 영업 등에서 소통해서 위기를 잘 넘어갔다. 향후 위기 상황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컨테이너가 많이 들어올 때 서플라이 체인에 문제가 있을 뻔했다. LNG선은 장비 부족을 겪을 뻔했다"며 "선박 건조하는 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중에 있다"며 "고객사들이 향후 선종 선택에 어려움이 있지만 고객사를 방문해 의견을 듣고 전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상무는 "벌크선은 3년 전 인도가 마지막이다. 한국 조선소에서는 30% 낮은 중국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일본은 정부까지 포함돼 재정지원, 세금지원 등 전반적인 지원을 통해 벌크선을 건조할 수 있게 유지하고 있다. USTR의 제재가 강화된다면 한국 선주사가 중국산을 가지고 가면 페널티를 받게 된다. 중국에 탱커도 일정부분 넘어가서 초대형 컨테이너, 가스선 등이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국 화주, 선주, 조선사, 선급 등이 벌크선 등을 건조할 수 있도록 생태계(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때"라며 "일정 수준의 국적선 발주가 이뤄져야 기본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 기술개발, 추가 비즈니스적인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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