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체포 방해 및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경찰의 2차 소환 통보에 "범죄사실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출석을 요구한 12일까지 기다린 뒤 3차 소환 통보를 검토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이 3차 소환 통보에도 불응할 경우 경찰은 강제구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尹 "위법한 체포영장 집행…범죄 성립 안 돼"
11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경찰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의견서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 자체가 위법·무효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및 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은 모두 군사기지법 제9조를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수집증거라 할 것이고, 이를 기초로 얻은 진술들 역시 위법수집증거라 할 것이므로 혐의를 소명할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이 아닌 부분이 피의사실로 공표되고 있고, 전혀 소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출석요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므로 충분한 수사를 거친 후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당시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지에 관하여 영장 집행에 관여한 자들에 대한 고발 사건 조사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12일까지 기다린 후 3차 소환 통보…강제구인 가능성도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2월 31일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윤 전 대통령 이틀 뒤인 1월 2일 이의신청을 했지만, 서부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또 서부지법은 1차 체포영장 기한이 종료된 후 공수처가 재청구한 2차 체포영장을 1월 7일 발부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같은 달 15일 체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가 법원에서 다시 언급된 건 구속취소 과정에서다. 윤 전 대통령은 2월 4일 구속취소 청구를 제기했고, 중앙지법은 3월 7일 이를 인용했다. 당시 법원은 검찰의 구속 기간 계산 방식을 문제 삼았지만,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서도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찰 특수단은 우선 출석을 요구한 12일까지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내일 실제 출석 여부까지는 지켜보고 이후 3차 출석 통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은 세 차례 소환 통보 이후 불응 시 체포영장 등 강제구인에 나선다. 앞서 지난 1월 공수처가 당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선 것도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 특수단은 12일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 직후 세 번째 소환 통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도 재차 윤 전 대통령 측이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최근 수차례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불러 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 정황 전모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쏟아왔다. 이 과정에서 삭제를 지시한 윗선이 윤 전 대통령이라고 보고 소환 통보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비상계엄 선포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경호처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육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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