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뉴스1) 최재헌 기자 =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은 과소평가 됐습니다.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규제가 명확해져야 합니다."
모니카 롱 리플 부사장은 11일 싱가포르 레블스시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APEX 2025'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리플의 퍼블릭 블록체인 'XRP레저(XRPL)'의 최대 커뮤니티 행사로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롱 부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과 유통량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지난 10년 동안 보지 못한 (결제) 사례들을 최근 1~2년 동안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롱 부사장은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례가 늘면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도 많아질 것"이라며 "발행사가 많아지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주식 시장을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특히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롱 부사장은 "대형 은행들이 공동으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간 결제에 사용하는 경우가 확대될 것"이라며 "전 세계 은행의 결제 메커니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씨티은행 등과 스테이블코인을 공동으로 발행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 배경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법정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저장 수단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 가치 하락과 급격한 물가 상승이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아르헨티나는 법정화폐(페소)보다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미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소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트소에서 체결된 매수 주문의 39%는 테더(USDT)와 USD코인(USDC)이다. 비트소는 "통화 평가절하로 스테이블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채택하는 비중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롱 부사장은 "규제 명확성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전환점"이라며 "싱가포르 통화청은 지난 2023년 관련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했고, 미국은 정부 기조의 변화로 관련 입법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당국의 정책적 불확실성 속에선 (기업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갈링하우스 CEO는 "미국 의회의 표결을 앞둔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 법'도 (업계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지니어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형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동안 규제 명확성을 확보한 국가들은 경제적 혜택을 받아 왔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 측면에서 '과소평가'를 받아온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에서 다양한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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