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장기 미제사건인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6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 주장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1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이은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60)의 살인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A 씨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며 족적 감정을 추가 의뢰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국과수 감정관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샌들과 족적 간 특징점 비교를 육안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검찰청 소속 감정관은 동일한 감정물에 대해 특징점을 찾기가 어려웠고, 그 수준이 확신을 가질 정도가 아니라는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국과수 감정관이 자신의 샌들과 족적이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결백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은 현재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것”이라고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추가 감정 등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추천한 교수 2명과 1심에서 증인 신문에 출석하지 않았던 경찰청 범죄분석과 소속 감정관까지 포함, 이들에게 감정 의뢰 및 신청 여부‧채택까지 다음 기일에 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통신내역’에 대해서도 사실 조회 신청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2004년 8월 9일 오후 3시쯤 영월군 영월읍 소재의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 씨(당시 40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B 씨는 십수 차례 흉기에 찔린 등의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장기 미제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검찰은 과학수사 등으로 A 씨를 사건 피의자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사건 발생 몇 달 전 A 씨와 교제했던 여성 C 씨가 B 씨와 사귀는 등 치정 문제로 인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봤다.
반면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사건 당시 영월군 김삿갓면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고 범행 현장을 찾은 적이 없다'며 '사건 발생 시간대엔 계곡에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등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 남겨진 동일 신발에 의한 다수 족적과 피해자 혈흔의 각각 위치, 형태, 순서 등 복합적 분석에 의해 족적을 남긴 사람이 살인범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당시 신은 샌들은 범행 현장 족적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 "잔혹한 살인 수법, 계획적 범행으로 의심되는 정황 등은 치정과 같이 강한 원한이 수반된 범행동기를 암시한다"며 "피고인의 알리바이는 디지털카메라 설정값 변경으로 촬영일시 조작이 가능하고, 추정 범행 시각 전후 피고인이 계곡을 벗어난 지역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기지국 통신내역 등 객관적 자료에 비춰 온전히 믿기 어렵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 항소심 다음 재판은 내달 2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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