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대형 투자 가뭄
전임 정부 제대로 안한 탓
국부 키울 산업에 돈 써야
전임 정부 제대로 안한 탓
국부 키울 산업에 돈 써야

통상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의 투자행사는 국가 경제적 상징성, 조(兆) 단위 프로젝트는 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 대통령은 임기(2030년 6월 3일) 내 참석할 만한 굵직한 투자 프로젝트가 몇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직접 갈 것 같은 몇 안 되는 투자 건은 이렇다. 가장 가까운 것이 올 11월쯤 SK하이닉스의 충북 청주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공장 준공식이다. 국내 첫 AI 반도체 증설 투자라는 점에서 직접 참석할 것 같다. 내년 초에는 현대자동차가 29년 만에 투자한 국내 신공장, 연산 20만대 규모의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준공식이 있다.
임기 3년 차 2027년 봄에는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산업단지에 짓고 있는 첫 반도체 공장 준공행사에 참석할 것이다. 2019년 문 정부 때 SK그룹이 122조원 투자하겠다고 한 프로젝트였는데, 용수·전력 문제로 6년째 공사를 못하다가 올 2월에야 착공한 것이다. 이마저 없었으면 올해 한국이 신규 착공한 반도체 공장은 하나도 없을 뻔했다. 경쟁국인 대만·일본이 올해 2~4곳을 착공했는데 말이다.
2028년에는 삼성전자가 주축이 된 또 다른 용인 반도체산단(국가산단) 첫 공장 착공식에 참석할 것이다. 삼성이 360조원을 투자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프로젝트 첫 사업이다. 정부가 총력 지원한다면 착공·가동(2028년, 2030년 말 목표)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겠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100조원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로 1~2년 안에 국가 AI 데이터센터 착공행사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참석할 만한 투자 프로젝트가 이처럼 손에 꼽을 정도다. "예전에 쟁여둔 냉장고 음식만 20년째 꺼내 먹고 있는('축적의 시간' 공동저자 이정동 서울대 교수)"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민낯 같기도 하다. 우리가 안주하는 사이, 중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기차 등 한국 주력산업을 대부분 추격했다. 일본과 대만은 민관이 합심해 반도체 투자를 가속 중이다.
일본 대기업이 합작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라피더스(라틴어로 '빠르다'는 뜻)가 홋카이도 지토세시에 건설 중인 첫 공장은 올해 가동한다. 설립 3년 만이다. 라피더스 경제 효과가 2036년까지 200조원에 육박한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신규 투자에 보조금을 10조엔(약 95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만 TSMC는 올 3월 대만 가오슝에 2나노 신공장을 준공, 하반기부터 양산한다. 이 공장의 생산유발 효과가 130조원에 이른다.
반도체 팹(생산공장) 한 동 짓는 데 20조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이것이 고용과 경제에 기여하는 생산유발 효과는 수백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5년 안에 지원금 전액을 세수로 회수하고, 이후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전 국민 대상의 현금성 지출(소비쿠폰)을 줄이고 첨단산업에 재정을 과감히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혁신을 추격하는 모델로 대한민국은 성장했고, 성공했다. 이 방식이 과거에는 통했지만 중국, 미국 등이 주도하는 첨단산업에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의 위협은 통상의 전략으로는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들의 광범위하고 촘촘한 산업 생태계 때문이다. 이를 상대하려면 우리가 혁신하고 투자하고 개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은 이념 따위보다 국부와 실익을 우선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업의 혁신적 투자를 끌어내도록 정부가 전폭적인 세제·보조금을 지원하고 과감하게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다. 나는 이 대통령이 임기 내 굵직한 착공·준공 행사에 많이 참석했으면 한다. 그러려면 이 대통령은 '적극적 투자주의자'여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논설위원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