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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민감 경제법안 처리 신중해야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11 19:01

수정 2025.06.11 19:01

김학재 산업부 차장
김학재 산업부 차장
이재명 시대가 열렸다. 거대 의석의 집권여당으로 민주화 이후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을 제도적으로 견제할 이는 아무도 없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거머쥔 이 대통령을 겹겹이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사법부가 하나씩 걷어내줬다. 이에 민주당은 당장 12일 본회의도 열지 않기로 해, 정쟁요소가 짙은 법안들의 속도조절 방침을 시사했다. 오만해 보일 수 있다는 여론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논란이 뚜렷한 법안들은 밀어붙일 태세다.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대형마트 공휴일 영업금지 추진법 등이 그런 사례다.

민주당은 대선 승리를 민의로 확대해석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끼워넣고 있다. 상법개정안에 추가된 감사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로 민주당의 속내는 제대로 드러났다. '3%룰'은 기존 민주당 당론에는 없던 내용이다. 여당이 되자마자 당론에 없던 내용까지 꺼낸 민주당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벌써 나오고 있다.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아예 시행하겠다고 쐐기를 박은 바 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을 두고는 한 민주당 의원의 "추진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유통계가 뒤틀리는 상황이다.

법안 처리 시 후유증이 있을 것이 명백함에도 이 대통령과 여당의 의지는 상당하다. 이 정도 법안쯤은 처리해도 욕도 안 먹고, 지지율도 크게 타격받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하지만 계엄과 탄핵 프리미엄에도 이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50%의 득표율을 넘지 못했다는 점은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늘 되새겨야 할 것이다.

민심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여당이 뭘 해도 응원해줄 강력한 지지층은 많아야 30%다. 이 대통령에게 표를 준 나머지 19%는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8년 전 문재인 정권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 그때처럼 했다간 바로 매서운 민심의 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과 취임 직후 '통합'을 외쳤다.
또 '실용'을 외쳤다. 자신들 편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법안들을 '실용'과 '통합'이란 명분으로 포장해 처리할 때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빠질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 얼마나 지지율이 남아 있을지는 민심을 두루 살피는 능력에 달렸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