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 안 맞는 정책으로는 지역 응급·필수의료 어렵다” 주장
[파이낸셜뉴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지원정책에 대해 부산지역 병원들이 정책의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광역시병원회(회장 박종호·센텀종합병원 이사장)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부의 2차 병원 지원사업에서 실정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면들이 상당히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복지부의 지원사업이 지역의료 강화를 표방하고 있으나, 정작 현장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재검토와 실질적인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중복참여 제한은 일방적·비합리적
복지부는 외과계 병원 응급복부수술 지원 시범사업과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급성 충수염 등 응급복부질환에 대한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사업이고, 후자는 상급종합병원의 공백을 메울 지역 중간 진료거점 육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2개 사업의 중복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통보가 내려지면서 지역 종합병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시병원회는 “역량을 갖춘 외과계 종합병원들의 상당수는 응급복부수술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현장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련데도 중복 지원 불가라는 제도적 장벽은 실질적 참여를 가로막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은 응급의료와 외과 수술을 동시에 수행하며 지역민들의 ‘골든타임’을 책임져온 병원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 병원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절박함을 토로하고 있다.
■ 포괄 2차 종합병원 내 응급의료기관 배제, 보상 사각지대 우려
복지부는 포괄 2차 종합병원 사업에 3년간 약 2조원을 투자해 △중환자실 수가 인상(연 1700억원) △응급수술 가산(연 1100억원) △24시간 진료지원(연 2000억원) △성과 보상(연 2000억 원) 등으로 구성된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병원회는 “응급수술 가산 대상이 권역·전문센터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중심으로 제한돼 있어,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종합병원들은 사실상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부산시내 80% 이상의 종합병원이 응급의료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산체계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를 아직까지 받지 못한 신설 종합병원들은 ‘중환자실 수가 인상’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병원회는 “응급의료기관 종합병원들은 실제로 지역 응급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병원이다. 응급의료기관 분류가 아닌, 실제 운영 기능과 기여도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료질 평가지원금, 상급종합병원만의 제도인가?
의료질 평가지원금은 과거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보완책으로 도입돼 현재는 환자 안전, 의료 질, 공공성, 진료협력, 교육수련, 연구역량 등 6대 지표를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 지표들이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중소병원이나 지역 종합병원은 대부분 평가항목을 충족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세부 지표를 보면 △입원 전문진료질병군 비율 △외래 경증질환 비율 △진료협력체계 운영 및 회송률 △감염감시체계 참여 △전공의 확보율 △지도 전문의 수 대비 진료실적 △IRB 연구책임자 수 △의사당 지적재산권 수 △임상시험센터 설치 여부 등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지방 종합병원에서는 충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연간 약 7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상급종합병원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병원회는 “그동안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대해 별도 평가지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서 의료질 평가지원금의 고질적 문제인 ‘빈익빈 부익부’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광역시병원회 박종호 회장은 “정부 정책의 명분과 의도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지역 의료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지역 종합병원이야말로 응급·필수의료의 최후 보루라는 점을 정부가 직시해주기를 바라며, 복지부의 신속한 제도 개선과 현장 목소리 반영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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