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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상공인 쓰러지는데 최저임금 15% 올려달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12 19:06

수정 2025.06.12 19:06

숙박·음식업 대출 90조 역대 최대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줄일 것
12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모습.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숙박·음식점업의 금융권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90조원을 넘어서며 내수 경기 침체 장기화 속 숙박·음식점업 소상공인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12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모습.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숙박·음식점업의 금융권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90조원을 넘어서며 내수 경기 침체 장기화 속 숙박·음식점업 소상공인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내수불황이 길어지면서 숙박·음식업 등 소상공인들의 빚이 크게 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 숙박·음식점업의 금융권 대출액이 90조426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1조4079억원 늘었는데, 증가폭은 2022년 3·4분기 이후 가장 크다. 이에 더해 내년에 최저임금마저 오를 수 있어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는 임차료와 재료비, 배달플랫폼 수수료, 대출 금리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코로나 때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고 호소한다.

그중에 인건비 부담에 시름이 깊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최저임금 상승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고용원을 내보내고 홀로 경영하거나 '쪼개기 알바'가 성행하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 모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숙박·음식점 취업자 수가 3년여 만에 최대폭인 6만7000명이나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보 성향의 정권 출범으로 최저임금이 내년에 더 오를 수 있다. 11일 노동계가 최초 요구한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1만30원)보다 14.7% 오른 1만1500원이다. 소상공인 업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과 부실자산 정리 목적의 '배드뱅크'를 통한 소상공인 빚 탕감 조치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만기가 연장된 금액이 3월 말 기준 47조원에 이른다.

이 마당에 최저임금이 또 많이 오르면 영세 소상공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키우는 최저임금 인상은 부채탕감 조치와 모순되고 추경 효과도 반감시킨다. 따라서 최저임금 결정에는 소상공인의 사정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묻지마 지원'은 효과적이지 않다. 폐업한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위해, 또 정부 지원금과 저리대출을 받아 유사한 창업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소상공인의 폐업 절차를 지원하고 취업교육 등 유인책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은퇴하거나 퇴사한 임금근로자들이 무턱대고 자영업으로 진출하지 않도록 계속고용, 재취업교육 등의 고용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채무를 유예하고 빚을 탕감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데, 좋은 현상은 아니다. 배드뱅크를 통한 소상공인들의 채무조정과 빚 탕감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추진해야 한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저임금 근로자도 많다.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손실을 정부 재정에서 메워주는 것이어서 고의폐업, 재산은닉 등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실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