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DB증권(016610)의 한 직원이 내부통제 허점을 노려 '상품권깡'을 저지른 규모가 총 35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직원은 9년간 인감과 회사 ID를 도용해 상품권을 구매하고 되팔며 사적으로 유용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DB증권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DB증권 직원은 2016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상품권깡을 하다가 최근 적발됐다.
'돌려막기'로 상품권깡…아들 번호까지 동원
직원은 회사 이벤트에 사용할 상품권을 구매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이벤트가 종료된 후에도 상품권을 사들였다.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를 통해 10만 원권 신세계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관리자 페이지에서 본인과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로 기프티콘을 발송했다.
직원은 상품권을 9만 8000원에 구매한 뒤 9만 4000원에서 9만 5000원 사이 가격으로 팔아 현금화했다. 확보한 현금은 주식·가상자산 투자, 생활비 등에 사용했다.
상품권 결제 방식이 후불이라는 점을 활용해 일명 '돌려막기'로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상품권깡 누적 규모는 약 355억 원에 달한다. DB증권은 미정산 대금을 3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감·회사ID 무단 사용…내부통제 허점 노려
직원은 DB증권의 내부통제가 소홀한 틈을 타 인감을 여러 차례 도용하는 등 위법 행위를 이어왔다.
11번가는 정산이 지연되자 2017년 8월과 같은 해 11월 '정산지연 사유' 공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직원은 허위 공문을 작성하면서 인감을 도용했다. 이어 올해 4월에도 결제일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갱신 계약을 체결하며 또다시 인감을 무단 사용했다.
DB증권 측은 "실제 인장 날인 시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망행위에 대한 통제가 미흡했다"며 "준법감시부서 담당 직원이 인장 날인을 전담해 문서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업계 관리 현황을 벤치마킹해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상품권 구매에 활용하는 회사 ID도 무단으로 사용했다. 직원은 별도 ID를 부여받아 상품권 구매 업무를 진행했는데, 회사에서 별다른 계약 종료 조치나 ID 폐쇄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DB증권 측은 "행위자가 개인 메일로 인보이스(송장)를 수령한 후 개인 계좌에서 송금해 정산하는 방식이었기에 사건을 인지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DB증권, 직무순환제도 검토...'책무구조도'도 수정
직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대담하게 위법행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해 10억 원 이내로 상품권깡을 했다. 이후 △2020년 14억 5500만 원 △2021년 30억 900만 원 △2022년 46억 4200만 원 △2023년 72억 2800만 원 △2024년 98억 3700만 원 △2025년 77억 5100만 원 등 규모를 키웠다.
이 기간 DB증권은 해당 부서에 대한 종합 감사를 총 두 차례 실시했지만, 2022년 감사에선 적발하지 못하고 올해 5월 감사에서 문제를 뒤늦게 발견했다.
DB증권 측은 "해당 직원은 본 사건이 발생한 부서 발령 이후 10년간 장기근무를 한 직원으로, 객관적 업무처리에 대한 통제위험이 있었다"며 "직무순환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시행해 조직 내 견제와 균형을 확보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DB증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책무구조도 중 임원 공통 책무에 '계약 체결·유지 및 사후관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상훈 의원은 "DB증권의 내부통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DB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내부통제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혁신적인 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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