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편의점 고객 증가세
작년 결제금액 20% 넘게 늘어
김밥·컵라면으로 한끼 '생존형'
내가 좋아서 선택 '자기만족형'
전문가 "소비 이중구조 확연"
작년 결제금액 20% 넘게 늘어
김밥·컵라면으로 한끼 '생존형'
내가 좋아서 선택 '자기만족형'
전문가 "소비 이중구조 확연"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가까운 거리와 다양한 선택지를 갖춘 편의점이 시니어의 '식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시절 몸에 밴 근검절약 습관으로 편의점을 '나를 위한 현명한 소비 공간'처럼 활용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복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일상 속에서 생계를 위해 편의점을 찾는 고령층도 적지 않았다.
16일 본지가 KB국민카드에 요청해 받은 '시니어 편의점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5월 60세 이상 고령층의 편의점 이용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용 건수와 고객 수는 각각 20.9%, 13.9% 증가했다. 올해 1~5월과 2년 전을 비교하면 이용금액은 28.6%, 이용 건수는 28.0%, 이용 고객 수는 19.4% 각각 뛰었다. 고령층의 편의점 이용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양재, 종로 등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편의점에서 이런 현상이 확인 가능했다. 캔 커피를 구매하기 위해 양재역에서 8분 거리에 위치한 편의점에 들렀다는 박모씨(64)는 "가끔 편의점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집과 가까워서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종로3가역 근처 편의점에서 만난 이모씨(71) 역시 "친구를 기다리며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을 사 먹었다"며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이 접근하기 쉬워서 자주 간다. 간식부터 식사 대용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점주 최모씨(32)는 "어르신 단골이 많은 편"이라며 "고령 손님들은 대부분 행사 상품을 많이 구매한다. 원플러스원(1+1), 투플러스원(2+1) 등 할인 행사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고령층의 편의점 소비는 시니어 소비의 '이중 구조'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혼자 먹는 도시락이나 즉석 커피를 '나를 위한 선택'으로 여기며, 편의점을 작지만 효율적인 소비 공간으로 활용하는 '자기만족형 소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편의점에서 행사 상품으로 식사를 간신히 해결하는 '생존형 소비' 등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소비 양상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편의점의 높은 접근성과 즉시성이 자리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동네 상권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점포 대부분이 편의점으로 바뀌었다"며 "편의점이 간이 식사 공간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와 생계형 소비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진화했다"고 풀이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렵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 않는 노인 인구 특성상 가까운 곳에 위치한 편의점을 선호한다"며 "부부가 같이 살지 않는 1인 가구의 경우 편의점이 식생활을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한 좋은 유통처"라고 짚었다.
향후 편의점이 단순한 식료품 구매처를 넘어 노인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복지 인프라로 기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주인이나 다른 손님들과 짧게나마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라 일상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인들에게는 그 자체로 사회적 연결의 창구"라며 "향후 편의점 내 식사 이용권(바우처) 지급 등 공공정책과 연계해 고립 예방이나 고독사 방지에 기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편의점이 '치매 안심 가맹점', '아동 안전 지킴이집' 등 지역 생활망의 한 축으로 활용되고 있다. 편의점이 단순한 끼니 해결처를 넘어, 돌봄 공백을 메우는 생활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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