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상황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
성과보상 열악, 인프라 태부족 원인
성과보상 열악, 인프라 태부족 원인
기술인재 유출을 이대로 방치하면 첨단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전체가 치명상을 입는다. 더욱이 이공계, 과학 인재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경각심이 필요하다. AI 종합경쟁력이 계속 뒤처지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기술인재 부족 탓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는 AI 특허 수가 세계 최상위이면서도 생성형 AI 기술의 기반인 파운데이션 모델은 겨우 1개다.
고급 인재의 기술계 진입은 늘지 않고 그나마 현장에 있던 과학인재는 고연봉을 좇아 해외로 빠져나간다.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인재는 씨가 마르고, 그렇다 보니 AI 생태계가 자리를 못 잡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인재가 있어야 관련 산업을 키운다. 방치하다가는 미래가 없다.
SGI는 인재 유출 원인으로 단기실적 중심의 평가, 연공서열식 보상, 부족한 연구 인프라, 국제협력 기회 부족 네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상위 성과자일수록 해외이주 비중이 높다고 우려했다. 유능할수록 떠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인데, 심각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등 AI를 국가 핵심 어젠다로 설정했다. 100조원 규모의 민관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인프라를 확보하고 전 산업과 AI 융합을 시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현실로 만드는 주체가 결국 고급 기술인재다. 지금이라도 AI 인재 확보전에 국가와 민간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AI 절대강자 지위를 위협하는 중국의 성장비결도 해외 인재 유치였다.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해 해외 과학 석학을 우선 섭외했고, 자국 유학생의 유턴에도 지대한 공을 쏟았다. 우리가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인재 유출을 막는 수준의 대책을 넘어 해외 인재를 대거 끌어올 적극적인 유인책까지 강구해야 한다.
말하자면 '브레인 게인'(Brain Gain) 전략이다. 이공계 인재 처우개선을 위한 기금을 만들어 대대적 연구지원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 인재의 주거시설이나 자녀교육 여건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유연한 근무조건과 파격적인 성과 보상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런 식이어야 인재가 다시 유입되고 선순환 생태계가 힘을 낼 수 있다.
최근 전격 발탁된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도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하 수석은 네이버의 AI 혁신을 주도한 대표적인 민간 기술 엘리트다. 그가 주창해온 '소버린 AI'는 이재명 정부의 AI 강국과 부합한다. AI 3강의 시작점은 인재 확보다. 이재명 정부 전체가 하 수석과 손발을 맞춰 특단의 전략을 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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