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노동일칼럼

[노동일 칼럼] 나토 정상회의 참석, 망설일 이유 없다

노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18 18:10

수정 2025.06.18 18:10

G7서 한미 만남 무산 아쉬움
나토서 첫 대면 기회 잡아야
세계 10위권 맞는 외교 필요
노동일 주필
노동일 주필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으로 시작된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무대 데뷔전이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기귀국 등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다자 정상회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주요국 정상들과 안면을 익힌 정도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한미 정상 대면이 무산된 게 아쉬운 건 사실이다. 가장 기대하던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를 외교참사라고 규정하는 건 성급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급거 귀국한 사정이 밝혀지면 알게 될 일이다.

워싱턴DC 소재 한국경제연구소(KEI) 스콧 스나이더 소장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한미 관계 등에 관한 대담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 정치의 약점과 강점을 언급했다. 비상계엄이 우리 정치의 취약성을 드러냈지만 국회의 계엄해제와 탄핵소추, 헌재의 탄핵 인용, 대선까지 불상사 없이 진행된 과정은 한국 민주주의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G7 정상회의 리셉션 등에서도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대한민국의 공고한 민주주의는 국제사회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주제임이 분명하다.

다른 날 출연한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대통령이 관세 문제 등 쉽지 않은 도전을 앞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칩스 앤 십스(chips and ships)"라는 말로 영어식 운율을 맞추면서 반도체와 조선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우리가 동북아 정세안정에 미국과 함께 "부담을 나누어 지는(burden sharing)" 역할을 해야 한다는 대목은 특히 주목된다. 좌충우돌처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결국 미국이 대외적으로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지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요구를 방어하기에 급급한 소극적 자세보다 세계 10위권 위상에 걸맞은 적극적 외교가 필요한 시기라는 말이다.

이제 관심은 24~26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쏠리게 되었다. 한미 정상회담 기회를 찾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한다. 하지만 '가능성'이란 말 자체가 어이없다. 한때 나토회의 '참석 재고' 운운하는 일각의 보도가 나온 때문이다. 집권세력 내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이 있고, 나토회의 불참 주장이 있다는 것이다. 진영 내 대립의 실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야당 시절 민주당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판하는 의견은 있었다. 현재 참석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부 좌파 시민단체도 있다.

나토는 2022년 '신전략개념' 채택 이후 그해 마드리드 정상회의부터 3년 연속 인도·태평양 4개국(I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을 초청해왔다. 올해 이 대통령을 초청하는 게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초청하는 것이다. 올해 불참하면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일이다.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대신 북·중·러 편에 서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 초청을 거절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회의 3대 의제는 국방비 인상, 방위산업 생산력 제고, 우크라이나 지원이다. 유럽이 관심이 많은 방위산업 재건은 관련 분야 협력에 우리가 힘을 기울여야 할 의제이다. 실용적으로도 무엇이 중요한지는 명확하다.

'외교의 부활'(NEAR재단 편저)은 "지정학적, 지경학적 위험을 줄이고 우리나라의 주권, 생존권과 정체성을 확고히 지켜나가기 위하여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와 가치와 생각이 같은(like-minded) 나라와의 연합을 굳건히 하되 그들과의 외교, 안보, 경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을 한국 외교의 첫 과제로 꼽는다.
야당 시절 집권당의 외교안보 정책을 어떤 말로 비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비판만 하던 야당적 외교관(觀)에서 탈피하는 게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미국 등 우리와 가치와 생각이 같은 나라와의 연합을 굳건히 하는 게 대한민국 외교의 우선순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dinoh786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