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조달
정부가 19일 내놓은 새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과정과 취임사에서 밝힌 '재정의 역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국가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재정악화를 일정 부분 감수하더라도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견된 경제, 특히 내수경제를 되살려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반영하면 올해 총지출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다. 기존 중기 재정운용계획상 3년간 연평균 3.7% 지출 증가와 비교하면 확장적이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하면서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가 정상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불안정을 거듭할 경우 재정 우려는 커질 전망이다. 임 차관은 지난 18일 새 정부 추경안 브리핑에서 "(재정 관련해) 쉽지 않다"고 했다. 세수는 3년 연속 '펑크'가 확실시되고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 또한 미국발 관세전쟁, 중동불안 등 대외변수로 전망이 어두워서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 이번 추경 재원 중 5조3000억원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2조원은 교육교부금을 삭감하고 3조3000억원은 올해 내 집행되지 않을 사업 등을 불용처리하는 방식을 썼다. 세부적으로 올해 1학기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이 늘면서 대학에 지급할 예산이 남은 국가장학금 예산과 도로, 철도 등 일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불용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수요가 줄자 관련 보조금 예산도 끌어왔다. 이 밖에 기금 가용재원을 활용해 2조5000억원을 마련했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조정을 통해 3조원을 마련했다.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추경 재원의 3분의 2가량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19조8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한다. 이렇게 되면 관리재정수지는 110조4000억원 적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4.2%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예산 편성 때 추정치는 73조9000억원 적자, -2.8%였다.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GDP 대비 49%다.
통상적으로 강조해 온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 3% 이내를 말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0%대 성장률 전망에서 보듯) 재정준칙을 경직적으로 준수하면 되레 부작용이 높아 당장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성장 우선 경제정책과 재정역할 확대에 대한 해외 분석기관들의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한국 신정부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해외시각'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기관들은 출범 초기 성장 우선에 방점을 둔 새 정부 경제정책, 신속한 추경 등에 긍정적 의견을 표명했다. 실제 이번 추경은 정부 출범 후 20일 만인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될 계획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재정건전성 우려를 제기했다. 씨티는 "세금 인상 없이 지출이 확대되면서 예상보다 큰 정부부채 증가, 소상공인을 위한 직접적 부채탕감 정책에 따른 민간 금융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이 리스크"라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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