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라크를 상대로 개시한 전쟁 등 과거 다수의 실패한 군사작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핵시설 공습이 이란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파괴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오히려 이란을 핵무기 개발 가속화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폭스뉴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포르도 핵시설 타격을 위한 유력한 실행 옵션인 '벙커버스터' 폭격의 성공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중부 쿰시 남쪽 산악지대의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이란 핵프로그램의 심장부로 간주하고 있다. 땅속 80~90m 깊이에 암반과 콘크리트로 된 이중 보호구조를 갖추고 있어 미국이 보유한 길이 6.2m, 무게 1만 3000㎏급 초대형 관통탄인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이른바 벙커버스터로만 물리적 타격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벙커버스터는 아직 실전에 사용된 적은 없다. GBU-57은 지하 60m 이상을 관통해 폭발할 수 있는데, 이란 핵 시설은 땅속 80~90m에 있다. 같은 지점에 연속해서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도 벙커버스터가 실제로 포르도 핵시설을 성공적으로 파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의문이 트럼프의 머릿속에 있다고 익명의 참모들을 인용해 전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GBU-57이 포르도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을 경우에만 이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가 이란 공격에 완전히 설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다. 핵시설을 완벽하게 파괴하는 것이 힘들 뿐 아니라 이는 오히려 이란의 핵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받을 경우 아예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북한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여전히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아직 핵무기를 만들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하거나 최고지도자를 제거할 경우 이란 지도부가 핵무기 제조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다른 기사에서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 지도자들이나 핵 기술을 가진 다른 이들에게 '더 서둘러, 더 은밀하게 핵무기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북한이 했던 방식으로, 수년간 미국의 외교 및 파괴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현재 6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사례에서 보듯 핵 프로그램을 폭격할 수는 있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었던 게리 세이모어는 NYT 인터뷰에서 "공습만으로 핵프로그램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전쟁이 끝나고 포르도가 온전하다면 다시 핵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해 핵무기에 쓰일 연료 획득을 저지하려 했으나 사담 후세인 정권은 다시 비밀리에 대규모 핵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는 1991년 걸프전 이후까지 발각되지 않았다.
이란 역시 이미 또 다른 곳으로 비밀리에 원심분리기 등 핵 시설을 옮겼을 가능성이 있어 포르도 핵시설 파괴만으로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이 사라진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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