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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장비 반입 제한 추진에…삼성·SK도 '상황 예의주시'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22 13:41

수정 2025.06.22 13:41

외신 "트럼프 정부, 中 공장에 美 반도체 장비 공급 제한 통보"
VEU 제도 폐지할 가능성도 점쳐저, 삼성·SK 韓에 불똥 우려
다만 이미 규제에 대비돼 있고, 유예 및 철회 가능성도 높아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방침이 실행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중국서 운영 중인 공장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시행된 대중국 제재로 기업들이 대응 마련에 나섰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따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외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TSMC에도 같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때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일부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해서는 그 적용을 유예했다.

중국과 거래해온 동맹국 기업들이 받을 선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규정을 활용하면서다. 그러나 이번 외신 보도로 미뤄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VEU 제도를 폐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따른다.

트럼프 정부 들어 중국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의 인공지능(AI) 발전을 막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막기도 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 장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이미 지난 2019년부터 중국 반입이 금지된 상태다.

이번 조치가 실현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운용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충칭에 패키징,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가동 중이다. 특히 향후 해당 공장에서 선단 제품으로 공정 전환 등을 할 때 제때 주요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면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에 미국산 장비 반입이 제한되더라도 국내 업체들이 받는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규제 움직임이 처음은 아닌 만큼 충분한 대비가 이뤄져 있다는 시각이다.
또 미국이 해당 방침을 유예하거나 철회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해당 사안에 대해 내부 검토는 하면서 상황을 일단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