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해협 봉쇄 현실화 우려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 통과
해협 막히면 유가 100弗 넘을듯
韓·中 등 주요 수입국도 악영향
美 국무, 이란에 "자살행위" 경고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 통과
해협 막히면 유가 100弗 넘을듯
韓·中 등 주요 수입국도 악영향
美 국무, 이란에 "자살행위" 경고
![세계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막히나… 글로벌 경제 초긴장[최악 치닫는 중동정세]](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6/23/202506231809162118_l.jpg)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미국이 이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더라도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은 없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차단을 경고한 것은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국을 비롯, 원유 가격 상승과 증시 폭락 등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란 경제도 타격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통해 전 세계 원유 공급 위기를 조장해 원유 가격을 급등시키고 글로벌 주식 시장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2000만배럴의 원유, 전 세계 소비량의 2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다만 이란 입장에서도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큰 모험이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하루 330만배럴을 생산하고 이 중 최소 160만배럴을 수출한다. 이 중 약 80%는 중국에 판매한다. 이란이 생산하는 원유 대부분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자국의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 때문에 JP모건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란의 경제적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미국 경제보다 다른 국가들의 경제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하루 약 50만배럴의 원유 및 액화가스를 수입했다. 이는 미국 전체 석유 소비량의 2%가량에 불과하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더라도 미국의 원유 조달에는 타격이 없다.
■美 "이란 봉쇄 대응 다양한 카드 있어"
다만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다면 미국은 이를 미국에 대한 전쟁 선포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더 강하게 이란을 공격할 빌미가 될 수 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해군 제5함대가 대표적이다. 미 해군 제5함대는 바레인에 주둔하며 페르시아만 등 주변 해역에 대한 미국의 안보와 해상무역 보호작전을 맡고 있다. 전문가들도 미 해군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다면 이를 신속히 제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에너지 자문관 출신인 래피단 에너지의 창립자 밥 맥널리는 "미국은 결국 승리할 것"이라면서도 "쉬운 승리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해협은 지리적 특성상 이란이 봉쇄작전을 펼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또 호르무즈해협은 수심이 비교적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돼 있다. 이런 대형 선박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는 점에서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얕은 수심으로 인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기뢰 공격에 취약할 수 있으며, 이란 해안선에 근접해 있어 미사일 공격이나 소형 순찰정·헬기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 위해 선박을 공격하거나 어뢰를 설치할 수 있다. 이란은 잠수부들이 목표 선박 선체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의 '림펫 기뢰'나 부력과 중력을 이용해 수면 바로 아래에 있다 접촉 시 폭발하는 '계류 기뢰',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목표물이 접근하면 부상해 폭발하는 최신식 '침저기뢰'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실제로 진행시키지 않고 외교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산유국들이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해결을 중재하도록 압박할 수 있어서다. 미국과의 대화 창구가 열리면 이란은 정권을 유지하고 자국 국민에게 미국이 타협을 원했다며 적당히 현 상황을 무마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theveryfirs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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