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체류 글로벌 인재 심층 분석
한국기업은 같이 밥을 먹는 등 공동체의식 강해
업무성과보다 사무실 머무는 시간을 더 신경 써
학술적 토론·소통에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 필요
한국 대학·직장 문화
한국어 제대로 못한다고 차별대우 받은 적 있어
외국인을 '진짜 거주자'로 받아들일 준비 덜돼
열린 시선 많지만 아직도 외국인에 이중적 잣대
한국기업은 같이 밥을 먹는 등 공동체의식 강해
업무성과보다 사무실 머무는 시간을 더 신경 써
학술적 토론·소통에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 필요
한국 대학·직장 문화
한국어 제대로 못한다고 차별대우 받은 적 있어
외국인을 '진짜 거주자'로 받아들일 준비 덜돼
열린 시선 많지만 아직도 외국인에 이중적 잣대
!["언어·소통·기업문화 제대로 익히면 행복한 한국생활"[fn 25주년 창간기획 제3의 눈, 대한민국에 묻다]](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6/23/202506231858470131_l.jpg)
법무부가 집계한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지난해 265만78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121만7211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인구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수출·인재 강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외국인들이 이바지하는 바는 적지 않다. 국내 기업들과 대학들 역시 외국인들을 중요 구성원으로 인식해,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기업,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시각으로 본 우리나라 기업·사회·문화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한국 대학·직장 문화
외국인 인재들은 우리나라의 대학과 기업 문화에 대해 모국과 상당한 차이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내 공동체 문화, 대학 내 동아리 문화 등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사무실 문화, 경직된 토론 문화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의 대학 문화나 직장 문화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이만 모하다미 아마니(이란·고려대학교 연구원)=학술적인 토론과 소통에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젊은 연구자들이 혁신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협력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국의 문화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연구환경은 자원 면에서 훨씬 더 잘 갖춰져 있고, 연구 진행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모국에서는 학술적 토론이 좀 더 자유롭고 교수와 학생, 동료 연구자들 간의 의견교환이 활발한 편이다. 한국도 이러한 측면에서 더 발전한다면 젊은 연구자들이 더욱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가이(일본·IT기업 재직)=한국에서 4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회사별로 조금씩 문화가 다르다. 그러나 일본 대기업처럼 팀이 가족처럼 움직이는 가족주의가 있다고 느껴진다. 우리 과나 우리 부서 등 동질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같이 밥을 먹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반적으로 공동체의식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로버트 루돌프(독일·고려대학교 교수)=한국 기업 문화는 실제 업무 성과보다는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에 훨씬 더 집중한다. 상사가 퇴근하기 전에 감히 퇴근하지 못하는 것이 여전히 흔하다. 긴 근무시간(종종 야근)은 성과에 대한 집중도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서구 국가들이 30년 전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시스템이다. 오늘날 서구 국가에서는 고용주가 직원들을 더 신뢰하고 사무실에서 보낸 시간보다는 성과를 평가한다. 또한 직원들이 일주일에 2~3일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방식을 허용하는 것이 훨씬 더 일반적이다. 이러한 유연한 근무방식은 대도시의 주택 압력도 줄여준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주일에 2~3일만 사무실에 있으면 되는 근로자들은 종종 도시 밖으로 이주하여 정원이 있는 좋은 집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다양성 수용
외국인들은 다양성에 대한 수용도는 높아졌지만 '진짜 거주자'로 받아들일 준비는 아직 덜됐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 성실히 살아가고 잘 안착된 사례가 많이 전파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한국 사회의 다양성 수용 정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노마(미국·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한국 사회는 아직 외국인을 '진짜 거주자'로 받아들일 준비가 덜된 것 같다. 대부분 일시적인 존재로 보는 인식이 정책이나 태도에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점수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게 힘들다. 미국에서는 이민자에게 영어시험을 요구하지 않는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실력을 입증할 기회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 또한 한국에서는 대부분 외국인은 한국어를 못한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유창하게 말해도 어린아이 다루듯이 대하는 경우도 많다. 홍대나 강남처럼 외국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차별을 겪은 적도 있고, 한 번은 한국 손님과 차별대우를 받은 일로 언쟁까지 벌인 적도 있다.
▲주마보에브 세로즈백=최근 5년 사이에 한국 사회의 다양성 수용 정도는 확실히 많이 개선됐다고 느낀다. 외국인이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더 열린 시선과 태도를 가지려는 움직임이 많아졌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세계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비자나 행정절차 같은 공식적인 영역에서는 복잡한 부분이 많고, 이런 점들이 다양성을 실제로 체감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는 제도적 측면에서도 좀 더 유연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면 좋겠다.
▲팜튀퀸화=제가 한국에 처음 왔던 때에 비하면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다양성 수용 정도가 높아진 것 같다. 다만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한국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사회·문화적 차이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문화 중 나이나 연차에 따라 형성된 선후배 등 위계질서를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격차를 느꼈다는 답변도 있었다.
─한국에서의 사회·문화적 차이 중에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마보에브 세로즈백(우즈베키스탄·한국앤컴퍼니 재직)=한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적 차이 중 하나는 선후배, 혹은 형·동생 문화였다. 한국에서는 나이나 입사 시기, 학교 졸업연도 등 몇 개월 또는 1년 차이만 있어도 위계가 생기고 그에 따라 말투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신기하게 느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나이 차이가 꽤 나야 관계에서 위아래가 나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아주 미세한 차이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이 독특하면서도 인상 깊었다.
▲팜튀퀸화(베트남·서울시 재직)=베트남과 한국은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해 얼핏 보면 정서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사회·문화적 차이가 꽤 있다고 느껴졌다. 예를 들어서 학교, 직장 내 선후배 문화가 대표적이다. 베트남은 한국처럼 수직적인 선후배 문화가 별로 없는 편이다.
▲이색(캐나다·프리랜서)=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나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좋은 의견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더 많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버트 루돌프=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은 사회, 직장 생활, 기업 문화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저는 이것이 여성이 경력에서 성공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꼈고, 저에게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요즘 한국의 많은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에 관한 생각을 거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one1@fnnews.com 정원일 김만기 김동규 이창훈 김찬미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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