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가속으로 북극 해빙속도 가팔라져
-골든 루트를 한국경제 저성장 극복 적극 활용
-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한반도 북극 해도에 이름 새길 때"
-서울캠퍼스 단장 출신, 스타트업 육성 주도
-관악사감시절엔 토론에 능한 글로벌 지도자 육성 '오바마 프로젝트' 수행
[파이낸셜뉴스]
-골든 루트를 한국경제 저성장 극복 적극 활용
-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한반도 북극 해도에 이름 새길 때"
-서울캠퍼스 단장 출신, 스타트업 육성 주도
-관악사감시절엔 토론에 능한 글로벌 지도자 육성 '오바마 프로젝트' 수행

북극 해빙 속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네 배 빠르다는 과학계 경고는 이제 더 이상 먼 통계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얼음이 물러난 자리로 뻗어 나온 러시아 노던시루트(NSR)는 수에즈 운하를 우회해 아시아-유럽 항로를 최대40 % 단축시키며, 운항 일수는 열흘, 연료비와 탄소배출은 각각20 % 안팎 감소시킨다. ‘부산-무르만스크 그린 코리도어(녹색 항로)’는 바로 이 골든 루트를 한국 경제 재도약의 고속도로와 같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 제재로 항로 인프라와 자본이 고갈됐고, 한국은 조선·항만·물류 일자리 회복과 공급망 다변화를 시급히 해결할 기회이다.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물린 지금이 협상의 적기다.
정부가 추진할 협상 카드는 ‘디지털-친환경-금융’을 엮은 세 가지 패키지-딜이다. 첫째, 천리안·아리랑 위성 해빙 영상과 한국형AI 항로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러시아 선박교통관제 서비스(VTS)에 실시간 연동해 선복(화물 적재공간) 확보 불확실성과 해상보험료를 동시에 줄인다. 둘째, 한국의 조선소가 설계한 메탄올·암모니아 겸용 쇄빙능력8단계(Arc-8급) 등급 컨테이너선을 러시아 조선소에 라이선스 이전하고, 쇄빙비30 % 감면과 우선 호송권을 교환한다. 셋째, 한국이 무르만스크에 스마트 터미널과 그린 벙커링(선박 급유) 설비를 건설·운영·양도(BOT)방식으로 투자하면 하역료20 % 할인과 터미널 지분51 %를 확보한다. 이러한 수단이 동시에 작동하면 한국은 극지-유럽-아시아 삼각물류의 첫 기착지로 도약할 수 있다.
리스크도 명확하다. 서방의 추가 제재, 계약 파기 가능성, 연료 가격 급등락, 북극 사고 때 구조·보험 공백이 그것이다. 위험을 줄이려면 네 가지 장치를 함께 써야 한다. 첫째, 의료 물품이나 탄소중립 설비처럼 제재에서 제외되는 품목만 거래해 제재 충격을 피한다. 둘째, 자금은 단계별로 조건부 예치 계좌에 묶어 두었다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풀어주는 성과연계 방식을 적용해 계약 불이행 위험을 막는다. 셋째, Brent 원유와JKM LNG 지수를 기준으로 가격을 자동 조정하는 조항을 넣어 연료 시세가 급등락해도 양측 모두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러시아·북유럽이 공동으로 ‘Polar P\&I 풀’(북극 전용 공동 책임보험 기금)을 만들어 북극 해역 사고와 배상 책임을 함께 보장하면 보험 공백도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주요 리스크를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기술·그린 금융으로 러시아의 공백을 메우고, 대신 항로 접근권·운항비 절감·에너지 안보를 묶어 가져오는 창의적 현실주의”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연3 만km를 항해하는1만3 천TEU급 컨테이너선이NSR을 통과하면 연간 수백만 달러를 절감한다. 부산-무르만스크 노선이 정기화되면 조선·해운·철강·연료 산업에서 수십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한 북극 생태계 데이터를 확보하면 기후 과학과 탄소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부산이 북극과 유럽을 잇는 ‘그린 코리도어’ 허브로 자리 잡는 순간, 한국은 공급망 위기와 탄소중립 전환을 동시에 돌파하는 새로운 항해도를 손에 넣게 된다. 지금 이야말로 한반도가 북극의 해도(海圖)에 이름을 새길 결정적 순간이다.
정리=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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