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파이낸셜뉴스] 십수 년 전 원안을 썼던 시간을 빼더라도,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을 시작한 지 벌써 6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22개의 에피소드를 만들며 지칠 때도,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들조차 이제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벙커 베드가 높이 쌓인 숙소,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러 가다 미로 같은 계단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 찍고 나서 부수기 아까웠던 게임장들까지, 이제는 너무나 그리운 추억이 됐습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멋진 배우들, 스태프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많은 기억을 쌓았고, 그런 시간들은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찍고 난 뒤 해외 캠페인을 다니며 상을 받았던 순간들도 떠오르지만, 무엇보다도 같이 작품을 완성해 나가며 느낀 즐거움, 머릿속 상상보다 훨씬 멋지게 펼쳐진 촬영 현장, 그런 감격의 순간들이 가장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좌절한 기훈, 다시 시작되는 게임
‘현대 사회 축소판’이라는 평가를 얻은 ‘오징어 게임’이 오늘(27일) 시즌3를 공개하며, 2021년 9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신드롬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작품은 K드라마의 위상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오락을 넘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대중적 언어와 강렬한 비주얼로 담아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충격과 공감을 안겼다.
주인공 ‘기훈’(이정재)은 시즌1에서 우승자가 돼 467억원을 손에 쥐었지만, 그 돈은 바로 466명의 목숨 값이었기 때문에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시즌2에서 그는 게임의 주최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돌아오지만, 실패한 반란과 믿었던 친구 정배의 죽음 앞에서 깊은 절망에 빠졌다. 시즌3은 생의 의지를 잃은 기훈이 게임의 호스트인 프론트맨(이병헌)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란이 무참히 끝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다른 게임이 시작되고,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한층 잔혹해진 규칙 아래 처절한 사투를 이어간다.
시즌3에서 돋보이는 건 게임장에 남은 참가자들의 다채로운 서사다. 임신한 옛 연인 준희를 만난 뒤 혼란에 빠지는 명기(임시완), 반란 실패 이후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기훈을 멀리하는 대호(강하늘), 기훈의 반란에 참여했다 총을 맞고 쓰러졌던 경석(이진욱), 반란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좌절한 현주(박성훈), 엄마 금자(강애심)와 함께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한계를 느껴가는 용식(양동근)까지 이들의 이야기가 시즌3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임 동선 무척 다양..캐릭터 동작도 얽혀 있다 느껴"
또 아들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금자(강애심), 점차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준희(조유리), 의미심장한 예언을 늘어놓는 무당 선녀(채국희), 유일하게 의지했던 세미를 잃은 뒤 두려움에 휩싸인 민수(이다윗), 죽은 타노스의 약에 의존해 게임을 버텨나가는 남규(노재원)까지, 남은 인물들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관심거리다. 게임장 밖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형 인호(이병헌)를 추적하는 준호(위하준), 핑크가드 노을(박규영) 또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26일 제작진에 따르면 시즌3의 관건은 살아남은 이들의 드라마를 한층 심화시키면서도 '오징어 게임' 고유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데 있었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대본을 읽자마자 게임의 동선이 무척 다양하고 캐릭터들의 동작 또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를 한 치 오차 없이 계획하고 구현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를 전후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일 팬 456명이 출연진과 만나는 쇼케이스 행사 '오징어 게임 메모리얼'을 진행했다. 이어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18일 미국 뉴욕에서 프리미어 이벤트를 열어 시즌3 1화를 상영했다.
배우 이병헌은 미국 인기 TV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박규영은 영국 BBC의 '더 원 쇼'에 출연해 인기를 입증했다.
시즌3이 공개된 다음 날인 28일에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퍼레이드에 이어 연기자와 감독을 만나는 팬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한편 해외 언론들은 '오징어 게임'의 대단원에 기대를 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시리즈에 대해 "1000개의 밈을 탄생시킨 TV 쇼"라며 "한국의 디스토피아 스릴러가 현 시대정신(zeitgeist)에 빈틈없이 스며들었다"고 평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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