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뉴스1) 이형진 기자 =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특히 전력반도체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반면 스웨덴은 전력반도체 차세대 화합물 분야에서 강국으로 평가된다. 스웨덴이 반도체 분야에서 '강소국'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통합된 국가 차원의 투자와 산업화 전략이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디플로마 '기후 테크' 일정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웨덴국립연구원(RISE)를 찾았다.
정부 주도로 34개 연구기관 통합한 RISE…30년 넘게 전력반도체 소재 연구
RISE(Research Institutes of Sweden)는 스웨덴이 정부 주도로 흩어져있던 34개의 연구 기관을 하나로 통합한 기관으로, 약 3500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 유럽 3대 응용기술 연구소 중 하나다.
바이오·라이프사이언스·소재·환경·안전과 수송에 디지털 시스템까지 6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중 디지털 시스템 산하의 스마트 하드웨어 부문의 비욘 사멜(Bjorn Samel) 부사장과 임장권 WBG 전략 기술 연구 책임자·수석 연구원을 만났다.
RISE의 스마트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전자기기부터 반도체, 소재, 프린티드 일렉트로닉스(디지털 프린팅 관련) 등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등 WBG(Wide Band Gap) 소재 기반 전력반도체 연구에 30년 넘게 집중 투자해왔다. WBG 소재는 고전압·고효율 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이를 통해 RISE는 3300V를 견딜 수 있는 고전압 전력반도체를 전차 등 실제 산업 현장에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방식 기업과 협업…현대모비스·한국전기연구원 등도 함께
아울러 RISE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기업들과 협업한다. RISE의 실험실에 기업이 와서 실험실이나 테스트 베드를 살피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생성되면 함께 개발하는 구조를 갖는다.
사멜 부사장은 "현대모비스와도 협업한 적이 있다"며 "설계를 가져와 요청했고, 2명의 인력을 파견해 저희 팀과 함께 일했다"고 부연했다. 현대모비스와 협업 사례 소개는 RISE 누리집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RISE와 2023년 전력반도체와 이차전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한국과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재 반도체 중심의 한국, 전력반도체 연구는 그마저도 분산…"과도기 같아"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등 반도체 기술 자체가 소비재에 집중돼 있지만, 최근 유럽·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인프라에 사용되는 기술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차량용·철도용·파워그리드 등을 넘어 재생에너지 활용에서도 반도체가 활용된다. 아울러 화석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 활용이 높아지면서 전력 반도체의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반도체 기술은 선도국 대비 65~80%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전력 사업을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구조 영향도 있지만, 주요 인재가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 최근에는 AI 반도체 등 눈에 띄는 분야로만 흘러가는 탓도 없지 않다. 그마저도 여러 지자체 및 기관에서 나눠져서 연구하고 있어 진척 속도도 느리다는 평가다.
임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실리콘카바이드 등으로 변화하자고 부산에서 집중적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지금도 실리콘카바이드 연구를 RISE에 5개 연구 그룹이 컨택했다. 약간의 과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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