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강아지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고 했는데"…40년 도계 광부 '눈시울'

뉴스1

입력 2025.06.30 14:21

수정 2025.06.30 15:06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직원 조순기 씨(70)가 30일 탄광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마지막 남은 공영탄광인 도계광업소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직원 조순기 씨(70)가 30일 탄광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마지막 남은 공영탄광인 도계광업소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직원 조순기 씨(70)와 황경철 씨(64)가 30일 탄광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마지막 남은 공영탄광인 도계광업소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직원 조순기 씨(70)와 황경철 씨(64)가 30일 탄광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마지막 남은 공영탄광인 도계광업소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한 때는 개도 1만원 짜리를 물고 다녔다던 강원 삼척 도계읍 전두시장 일대가 30일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석탄업계 쇠퇴로 한 때 5만명에 달하던 도계읍 인구는 올해 1만 명 선이 무너졌다. 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한 때는 개도 1만원 짜리를 물고 다녔다던 강원 삼척 도계읍 전두시장 일대가 30일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석탄업계 쇠퇴로 한 때 5만명에 달하던 도계읍 인구는 올해 1만 명 선이 무너졌다. 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국내 마지막 공영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삼척 도계광업소 전경. 도계광업소는 30일을 마지막으로 폐광한다.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국내 마지막 공영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삼척 도계광업소 전경. 도계광업소는 30일을 마지막으로 폐광한다.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국내 마지막 공영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삼척 도계광업소 전경. 도계광업소는 30일을 마지막으로 폐광한다.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국내 마지막 공영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삼척 도계광업소 전경. 도계광업소는 30일을 마지막으로 폐광한다.2025.6.30/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삼척=뉴스1) 윤왕근 기자 = "잘 있거라, 그동안 고마웠다."

강원 삼척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30일 오전 10시쯤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갱구 앞.

이곳에서 평생을 보낸 광부 조순기 씨(70)와 황경철 씨(64)가 시커먼 갱구에 대고 작별인사를 고했다. 갱내에서 흘러나오는 폐갱수는 평생지기 친구를 떠나보내는 갱구의 눈물 같았다.

이날은 국내 마지막 공영탄광인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는 날이다. 마지막 갱내 작업은 이미 지난주 종료됐고, 기계부 소속인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마지막 출근을 해 사무실 앞에서 옛 동료들과 악수를 나눴다.



황경철 씨는 "평소처럼 악수하며 '잘가라, 고생했다' 말하고 헤어졌다"며 무뚝뚝하게 말하면서도 황혼을 바라보는 '산업전사'의 눈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조순기 씨는 "오늘 아침 집에서 나오며 집사람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니 '도시락 안싸줘서 편하지 뭐'라고 하더라"며 "그러면서도 못내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기계 수리공으로 1981년 처음 이곳에 입사한 조 씨는 정년퇴직 후에도 기간제로 복귀해 44년을 광산에 몸담았다.

조 씨는 "스물여섯 청년이 이제 칠순 노인이 될 때까지 탄밥을 먹었다"며 "이 탄광에서 두 아들을 공부시켰고, 장가보냈다"고 소회했다.

이들이 일하던 현장은 지하 1000m. 심도는 -300m를 넘었다.

그는 “막장 들어가면 1시간 만에 작업복이 흠뻑 젖고, 장화속에 물이 고였다. 다시 올라와 갈아입고 또 내려가고, 그게 하루 3번이었다"며 "고된 작업이었지만, 이곳이 삶의 터전이고, 포기하면 내 가족이 굶어야 하니 참았다"고 말했다.

조 씨에게 탄광은 가족들을 책임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곳이지만,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아픔을 준 곳이기도 하다.

조 씨는 "친한 선배 한 분이 갱내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목이 말려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다"며 "머리와 목이 따로 돼 있는 선배를 내가 들고 나왔다. 그런 사고가 흔했다. 나도 손가락 골절, 발가락 골절, 몸이 성한 곳이 없다. 그래도 계속 일했다"고 기억했다.

이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평생 탄밥 먹으며 가족을 챙기고, 호사를 누렸지만 이제 걱정은 우리 고향 도계와 이곳에 남게될 젊은 사람들"이라고 걱정했다.

도계광업소는 석탄산업 호황기 연 127만 톤의 석탄을 캤다. 1980년대 당시 5만 명에 달하던 도계읍 인구는 6월 현재 8000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들은 “전두시장 일대에 술집, 밥집이 넘쳐났고, 은행은 집으로 돈 부치는 광부들 줄이 길게 이어졌다"며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은 과장이 아니었다"고 소회했다.

이제 도계광업소의 공식 폐광으로, 이 같은 호황의 기억은 탄광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제 남은 건 민영탄광인 경동광업소 단 1곳 뿐이다.

도계읍 주민들은 폐광을 전후로 정부 차원의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폐광일인 이날도 대체산업쟁취·대한석탄공사 폐광 반대 공동투쟁위원회는 세종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폐광지역 지정면세점 특별 허가 △조기 폐광지역 경제진흥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조기 통과 △도계지역 가행광산 특구 지정 △폐갱도 수몰 반대 및 환경·안전대책과 활용 방안 제시 △부채 해결 없는 석탄공사 폐광 반대 △석탄공사 지역자산의 자치단체 기부채납 등 6가지다.

김광태 투쟁위원장은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는 오늘에도 정부는 아무런 보장 없이 삼척시민들은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광해 예방과 복구, 일자리 문제, 주거문제, 안전과 환경문제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석탄공사의 일방적 폐광은 지역주민들은 죽음으로 내모는 범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조기폐광 지역경제진흥사업, 중입자가속기 기반 암치료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예타조사 통과를 촉구하는 3보 1배에 나선다"며 "기획재정부가 대체산업을 승인할 때까지 보장없는 폐광을 반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