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가계대출 총량 반토막"…은행권, 하반기 경영전략 전면 재수정 불가피

뉴스1

입력 2025.07.01 06:49

수정 2025.07.01 10:28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붙어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 2025.6.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붙어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 2025.6.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김근욱 기자 = 정부가 하반기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을 기존 대비 50% 줄이기로 하면서, 시중은행의 경영전략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은 대출 문턱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28일부터 수도권·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은 6억 원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게 된다.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의 LTV(주택담보대출)를 현행 80%에서 70%로 강화해 대출액도 줄인다.



이와 동시에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는 절반으로, 정책대출은 25% 감축하기로 하면서 대출 자체를 최소화해 집값 급등세를 진화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정부는 전 금융권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경상성장률인 3.8% 범위 안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에 그치고 연간 약 1%포인트(p)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제적으로 관리 한도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가계대출 규모는 약 1800조 원으로, 정부는 경상 성장률(3~4%)를 고려해 연간 증가폭을 75조 원으로 잡고 관리하려고 했다"며 "명목 성장률 전망치가 1%p 하락한 만큼, 연간 20조 원 정도를 더 줄이겠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규모는 752조 9948억 원으로, 지난해 말 734조 1350억 원 대비 2.56% 증가했다.

5대 은행으로 한정하면 하반기 남은 한도는 3.8%에서 2.56%를 뺀 1.24%포인트(p)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이미 상반기 목표치를 초과한 NH농협과 SC제일은행 등은 하반기 대출 실행이 더욱 깐깐해질 전망이다.

이자 이익이 80%에 달하는 은행권의 경우 가계대출 수익이 감소하면 결국 순이익이 감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주요 시중은행은 기업대출 비중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A 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을 50%나 줄여서 경영 전략을 다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주요 시중은행은 줄어든 가계대출 대신 기업 대출 비중을 늘리는 방안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는데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경기 침체로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 기업대출을 늘리기 녹록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B 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어 기업 대출 비중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며 "일단 부동산 과열 현상을 잡기 위해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