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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상법개정안 통과, 부작용 생기면 즉시 보완 나서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03 18:44

수정 2025.07.03 18:44

여야, '주주 충실'과 '3%룰'에 합의
배임 특례 등 재계 요구 들어줄 필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 법률안이 재석 272명 중 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 법률안이 재석 272명 중 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0만여개 기업이 적용받는 상법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하는 '3%룰'도 법안에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기존 법안보다 내용 면에서 더 강력한 개정안이다.

여야는 전날 이런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민생법안 첫 협치'로 합의하고, 일단 시행한 후 보완할 부분을 찾자고 했다.

경영권 위협을 우려해 상법개정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경제계는 "올 것이 왔다"며 충격에 빠졌다. 경제계는 "부작용을 막을 추가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개정된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3%룰'과 함께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3%룰'은 사내이사에 적용되던 것을 사외이사로 확대하는 것이고,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전환은 경영진의 영향력을 줄여 사외이사가 독자적 의견을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독립이사 변경과 3%룰 적용은 1년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민주당 의견이 대부분 관철됐다.

경제계의 반대가 컸던 나머지 쟁점은 시간을 더 갖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주주에게 이사 후보 수만큼 투표권을 한 명에게 몰아주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의 문제들이다.

공정시장·투명경영을 강화하자는 개정 상법은 가야 할 방향이긴 하다. 일부 기업의 대주주 전횡과 쪼개기 상장과 같은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증시가 활성화되고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코스피지수가 3년9개월 만에 3100을 넘어 상승랠리를 이어가는 것도 상법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형평성을 보장해 달라는 경제계의 요구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업활동 위축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 투기자본이 감사를 선출해 이사진에 포함시키면 인수합병(M&A)과 같은 민감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거나 경영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

기업들이 눈앞의 주가 관리에 신경 쓰다 보면 중장기 신사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이사 주주 충실' 조항이 즉시 시행되면 벼르고 있던 소송이 잇따르거나 남발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법 취지에도 맞다. 민주당은 경제계와 약속한 대로 시행 후 문제가 발생하면 법안을 바로 수정 또는 보완해야 할 것이다.

상법개정으로 기업 환경도 달라질 것이다. 경제계가 요구하는 방어권도 보장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확대와 중대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등이 그것이다. 상법과 형법,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흩어져 있는 배임죄 조항을 폭넓게 손봐야 한다.
경영상의 합리적 판단에 대해 기업인의 배임죄 특례나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