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빠졌지만…'3%룰' 어떻게 살아남았나

뉴스1

입력 2025.07.04 06:03

수정 2025.07.04 06:03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3%룰 보완·집중투표제 제외'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3%룰 보완·집중투표제 제외'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이번 상법 개정에서 당초 쟁점이었던 '3%룰'은 살아남은 한편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내용은 빠졌다.

재계가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특히 크다고 우려하면서 추가 의견 수렴 절차를 따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추후 공청회를 거쳐 7월 임시국회 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빠지며 3%룰 살아남았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3%룰'이 살아남은 것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이 빠지면서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은 사내이사인지, 사외이사인지 여부에 따라 달리 적용했던 '3%룰' 적용 범위를 일원화했다.



지난 2010년 개정 당시,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했다. 반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각각 3%까지 인정해 열어줬다. 복잡한 법 조항에, 감사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바꾼 뒤 계열사에 대주주 지분을 빌려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게 하는 꼼수까지 나타났다.

이에 이번 상법 개정에서는 사내·사외이사를 가리지 않고,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한 뒤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재계에선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 확대와 3%룰 강화 조항이 맞물려 나타날 파급력을 크게 우려했다.

현행법상 감사위원은 이사회 구성원 중에서 선임되는데, 대주주가 이사회 선임 자체를 주도하다 보니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3%룰'의 실익이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20년 상법 개정 당시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은 3명 이상인 감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이 중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뽑도록 했다. 민주당은 이번 상법 개정안에서 이렇게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늘리려 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분리선출 대상이 2~3명으로 늘어나고 여기에 강화된 3%룰까지 적용되면, 감사위원회 과반이 외부세력 주도로 선임돼 경영 불안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특히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은 처음부터 3%룰이 적용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합산 3%로 제한되는 반면 투기 자본 연합은 합산 제한 없이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1명으로 유지하고, 3%룰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분리선출 대상이 1명으로 유지되면 나머지는 이사회 내에서 선임되기 때문에 '3%룰'을 강화해도 부작용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제 제외, 헤지펀드 '대기업 사냥' 위험 고려했나

집중투표제 의무화 역시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집중투표제는 회사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100주를 가진 주주는 300주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주주는 300표를 여러 명에게 분산할 수도 있지만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도 있어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제도로 평가됐다.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1998년 도입됐지만 실제 운용되는 사례는 드물었다.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제외할 수 있도록 기업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상법 개정에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하려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직접적인 경영권 침해 수단으로 악용되기 쉽다는 재계 우려가 부각되며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집중투표제 도입 시 회사가 인수합병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경쟁사가 기밀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중투표제를 강제했다 자율로 바꾼 미국과 일본 사례처럼 이사회 내 파벌 다툼, 경영권 분쟁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도 본다.
아울러 감사위원회도 이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감사위원 분리선출, 3%룰과 만나면 파급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찬성하는 쪽에선 지배주주의 입김이 유독 강한 우리 기업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배력이 분산된 미국과 대주주에 집중된 우리 기업 현실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