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방역 미비 속 시민들 자구책 마련
식초 물부터 전기 파리채까지…SNS에 퇴치법 속출
확산 지도까지 공유…"익충이라 방역 어려워" 불만
전문가가 말하는 '러브버그 퇴치법 영상' 9일만 조회수 115만회
[샷!] 못살겠다! 알아서 피한다정부·지자체 방역 미비 속 시민들 자구책 마련
식초 물부터 전기 파리채까지…SNS에 퇴치법 속출
확산 지도까지 공유…"익충이라 방역 어려워" 불만
전문가가 말하는 '러브버그 퇴치법 영상' 9일만 조회수 115만회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최근 러브버그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정부의 소극적 방역 속에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도 뾰족한 대책을 내지 못하자 시민들이 "못살겠다! 알아서 피하자"며 집단 지성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민들이 만든 비공식 '러브버그 확산 예상 지도'가 공유되고 있다.
출몰 빈도에 따라 지역을 ▲심각 ▲주의 ▲청정으로 나눴다. 심각 지역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자주 출현하는 곳, 주의 지역은 종종 목격되는 곳, 청정 지역은 러브버그 언급 빈도가 낮은 곳이다.
은평·구로구 등 서울 서부 지역과 김포·인천시 등이 '심각'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경기 광주·양평 등의 지역은 '청정'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이는 누리꾼들이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해 남긴 정보를 바탕으로 분류됐다.
다음카페 '여성시대' 이용자 '거기***'는 "인천 문학야구장에 너무 많다"고, '한여름***'는 "부평에서 부천 넘어서 화곡 들어가는데 거기부터가 헬이더라"라고 썼다.
또 '벚꽃맛**'는 "김포 작년에는 이 정도 아니었는데 올해 너무 많아지고 집에도 들어온다"고, '입술뜯***'는 "중구 영종도 한 마리 봄. 없는 편인 듯"이라고 적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누리꾼들만의 '러브버그 퇴치법'도 올라오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ban***'은 "러브버그로 고생 중인 분들, 다이소에서 이 친구 사서 뿌리면 기절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놈 밟아서 처리하면 끝이에요"라며 특정 제품을 소개했다.
또 다른 이용자 'dod***'는 "러브버그 박멸법"이라며 틈새막이 풍지판 상+하 세트를 창문 틈새에 붙이거나 살충제를 창문틀과 방충망 전체에 뿌리라고 소개했다.
스레드 이용자 '1co***'는 "러브버그, 약 없이 쫓는 법"이라며 ▲물(9):식초(1) 비율로 섞은 액체를 분무기에 담아 문턱, 창틀, 입구에 뿌리기 ▲레몬 껍질을 끓여 식힌 물에 뿌리기 ▲비눗물 트랩 놓기 ▲박하 오일이나 라벤더 오일 희석액 등의 방법을 공유했다.
이 외에도 "구강청결제를 물로 희석해 방충망에 뿌리기만 해도 퇴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유튜브 이용자 'cho***'), "모기 퇴치 패치도 싫어한대요"(네이버 카페 이용자 '행복하***'), "전기 파리채가 최고"('100***')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가 말하는 러브버그 퇴치법 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4일 유튜브 '디글 :Diggle' 채널에 올라온 '러브버그 습성 제대로 파악하고 피하는 방법' 영상은 업로드 9일 만에 조회수 115만 회를 넘겼다.
영상에서 국립 생물 자원관 대발생 연구팀 박선재 팀장은 퇴치법으로 ▲주변 조명을 최소화하기 ▲어두운 옷 입기를 꼽았다.
산성인 러브버그 사체에 의한 자동차 부식에 주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먹이인 낙엽이 분해될 때 나는 냄새가 자동차 배기가스 냄새와 유사하므로 자동차에 들러붙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시민 86%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간주하고 있다. 방역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유튜브에는 "아무리 익충이라고 해도 개체수가 너무 많으면 문제이니 방역을 좀 강화해 주세요"(이용자 'use***'), "차 달리는데도 들러붙어서 사고 위험 발생하고 밤마다 불도 못 켜고 지내야 하는데 빨리 다 없애버릴 대책을 세워야지"('reb***'), "현직 방역업체 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성충이 되기 전 산에 있는 유충을 방제해야 합니다. 정부가 손 놓고 있으니 답답합니다"('012***')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시민들의 몸부림과 달리, 정부와 구청은 적극적인 방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러브버그가 익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4일 "해충이 아닌 익충이기에 정기적으로 살충하지 않는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물을 뿌리는 조치만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수도권 보건소 감염병대응팀 관계자는 "최근 2주 동안 관련 민원이 300건 정도 들어왔다"며 "대개 불편하니 방역을 좀 해 달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익충인 데다 질병 매개체가 아니어서 보건소 방역 대상은 아니다"며 "환경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물을 뿌리는 등 친환경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 윤영희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 방제 민원은 2022년 4천418건, 2023년 5천600건, 2024년 9천296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천695건이 접수됐다. 역대 최다 민원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1일 서울시 산하 연구원은 '서울시 유행성 도시해충 대응을 위한 통합관리 방안' 정책리포트에서 "현재 추세로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2070년에는 한반도 전역으로 러브버그의 확산이 예측된다"고 밝혔다.
ha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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