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순직해병특검, 'VIP격노' 수사 본격화…김계환 입 열까

뉴스1

입력 2025.07.06 07:02

수정 2025.07.11 11:35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사진 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4.5.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사진 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4.5.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대통령실 제공). 2024.10.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대통령실 제공). 2024.10.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 모 상병 빈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2023.7.2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 모 상병 빈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2023.7.2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박정훈 대령. 2025.6.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박정훈 대령. 2025.6.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금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른바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 수사를 본격화한다.

'외압의 통로'로 지목받는 김 전 사령관이 특검 조사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해병대수사단의 기록 이첩 과정에서 발생한 외압 의혹 실체를 진술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정민영 순직해병특검팀 특별검사보는 7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김 전 사령관의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와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가 주된 조사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결재까지 한 수사결과…'尹 격노'로 이첩보류?

'VIP격노설'은 장관 결재까지 받은 해병대수사단 수사결과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직후 '돌연' 경찰로의 이첩이 보류돼 갖가지 의혹을 증폭시켰다.

해병대수사단은 지난 2023년 7월 30일 오후 4시 30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결재받았다.

김 사령관은 같은 자리에서 8월 2일 사건을 경찰로 이첩하겠다고 구두보고했다.

보고 자리에는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국방부 정책실장, 박진희 군사보좌관,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대령), 이윤세 해병대사령부 공보정훈실장(대령)이 동석했다. 전 대변인은 수사단 보고를 두고 "사단장이 포함됐다는 것이 언론 브리핑에 나가면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했겠구나'하는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는 다음 날인 7월 31일 오전 11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통령실 회의에서 보고됐다.

이 장관은 회의 직후인 같은 날 오전 11시 54분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직후 박 보좌관 휴대전화로 김 사령관에게 △사건 이첩 보류 △임 사단장 정상 출근 △국회 설명·언론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박정훈 "사령관, VIP 격노 언급했다" vs 김계환 "그런 사실 없다"

박 대령은 이첩 보류를 지시한 배경에 대해 김 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수사결과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사령관은 자신은 'VIP 격노'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 항명 등 혐의 사건 1심 증인신문에서 'VIP 격노'를 언급한 사실이 있냐는 물음에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또 "박 대령이 안보실 회의가 있었다는 사실, 김 사령관과 이 장관 사이의 통화를 우연히 알아내 격노설을 만들어낼 수 있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박 대령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그는 "군검찰 조사에서 'VIP(윤 대통령)가 언제 회의했는지 알 수도 없는데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다. 박 대령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이야기로 보이고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냐"는 물음에 "기억이 안 난다"며 말을 아꼈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5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소환조사 당시 VIP 격노설을 묻기 위한 박 대령과의 대질 신문 시도를 완강히 거부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해병대사령부 고위관계자들로부터 김 사령관이 VIP 격노를 언급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관련 통화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당시 회의 참석자를 비롯해 회의의 내용과 상황을 알 수 있는 관련자들까지 폭넓게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혐의자 다 빼라" vs "외압으로 느낀다"…오도 가도 못한 김계환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이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당일 박정훈 대령에게 연락해 이첩할 서류를 보내라면서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 외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모두 빼라"고 요구했다.

해병대사령부가 사건 이첩 문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8월 1일부터 혐의자 삭제 요구는 여러 방향으로 접수됐다.

박 대령은 유 관리관에게 재차 혐의자 등 삭제를 요구받자 "사건을 이첩받은 경찰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이미 장관 결재도 받았다. 이런 요구를 외압으로 느낀다"고 대응했다.

당시 김 사령관은 박 보좌관에게 문자메시지로 앞선 장관 결재는 중간보고로 하고 이첩 전 최종 보고를 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확실한 혐의자의 수사 의뢰 및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의 징계 처리 검토를 요구받았다.

김 사령관은 박 보좌관에게 "상급제대 의견에 대한 관련자 변경 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고 경찰 수사에서 혐의자 추가·제외 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해당 내용은 박 대령이 혐의자 축소 등 국방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발생할 문제를 정리해 보고한 내용이었다.

이어 김 사령관은 순직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첩하는 방법을 국방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신범철 국방부 차관의 지시사항이라며 "혐의자와 혐의 내용 빼라. 왜 해병대는 말을 안 듣냐"는 말을 박 대령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첩 보류 지시했다"지만…軍법원, 뒤늦은 이첩 중단 지시에 주목

박 대령은 군검찰에 김 사령관이 끝내 이첩 보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고 진술했다.

군검찰 진술조서와 박 대령 1심 공판조서, 의혹 관련자 통화기록을 재구성해보면 김 사령관은 이첩 당일에 즉각적인 기록 회수를 명령하지 않고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상황을 알리기 급급했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2일 오전 10시 김 사령관을 만나 사건 기록 이첩을 보고했고 김 사령관이 "내가 너에게 (이첩을) 중지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직권남용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고 군검찰에 진술했다. 박 대령의 보고에 "알았다"고 답한 김 사령관은 이후 10시 50분쯤에서야 이첩 중지를 명령했다.

김 사령관은 같은 날 오전 11시 13분부터 박 보좌관, 신 차관, 유 관리관 등과 통화했는데, 이때 이첩 중단 소식 등을 전달하고 향후 조치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 재판에서 이종섭 장관이 출장에서 귀국할 때까지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한 사실이 있고 박 대령이 명령을 어기고 이첩을 강행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중앙지역군사법원은 "박 대령의 이첩 보고를 받고서도 즉시 이첩 중단 명령을 하지 않고 50여 분이나 지나 지시한 점 등은 김 사령관의 이첩 시기 및 방법에 대한 회의와 토의만 있었다는 박 대령 진술에 더 부합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대령에게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개별적·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했다기보다는 박 대령 포함 해병대사령부 부하들과 함께 기록 이첩 시기 및 방법에 대한 회의와 토의를 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항명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