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당이 윤석열 정부 당시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를 포함한 약 31조 8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단독 통과시켜 뒷말을 낳고 있다. 특활비 증액의 '내로남불'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는 더 실망스러웠다.
당일 추경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에서의 여야 간 이견, 민주당 의원총회 등으로 여러 번 미뤄졌다. 그럼에도 2시에서 4시, 4시에서 5시 30분으로 미뤄졌을 때 국회는 본회의 전 단계인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추경안을 단독 의결한 상태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본회의장에 통 입장하지를 않았다. 문제는 특활비였다. '검찰개혁을 추진 중인데 추경안에 검찰 특활비까지 포함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왔고 논의가 길어졌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 수 없었던 국민의힘은 마냥 민주당을 기다렸고 그러다가 본회의 시간이 또다시 연기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분통을 터트리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50분 가량 민주당을 기다린 시점이었다.
오후 8시 40분 본회의를 연 우원식 국회의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우 의장은 앞서 야당들이 속절없이 민주당을 기다린 것을 거론하며 "본회의를 개의했지만 다른 정당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종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벌이었던 셈인데, 30분 가량 지나자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민주당 측에서 "본회의를 시작해달라.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과 함께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우 의장은 최종 약 2시간 동안 민주당을 본회의장에 대기시켰다. 이 시간 동안 민주당은 우 의장을 향해 "벌 설만큼 섰다"는 토로와 함께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라 추경 통과를 위해선 "12시를 넘기면 안 된다"는 촉구도 했다.
오후 10시 30분 속개된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반대 토론을 위해 유일하게 자리에 참석한 박수민 의원을 비꼬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 일정 진행에 반대하며 본회의에 불참한 상태였다. 박 의원이 단상에 서자 '의원들을 데리고 오라'는 목소리가 민주당 측에서 나왔다. 박 의원이 토론에서 민주당의 '내로남불 특활비' 문제를 거론했을 땐 "내란을 일으켰다", "윤석열 때문이지 않나"라는 등 고성이 난무했다.
민주당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를 다시금 들여다보길 추천한다. 이번 주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취임 한 달을 맞이해 일련의 상황을 되짚어보고 거대 여당으로서의 태도를 다시 한번 정비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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